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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선 Oct 20. 2021

아름답고 건강한 자연식물식

진화하는 비건 Vegan의 입맛


달콤한 디저트를 잃고 싶지 않아서


사실 비건이 되야겠다고 결심하며 가장 두려웠던 건 궁중 불고기를 먹지 못한다는 것도, 생선초밥을 못 먹는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달콤한 디저트들, 구체적으로 생크림이 듬뿍 얹어진 입에서 살살 녹는 케이크를 영영 못 먹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귓가에 듣기 좋은 음악이 흐르고, 향기 좋은 커피 한 잔과 달달한 케이크를 앞에 두고 앉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이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취향이 내 속에 있기 때문이었다.


서양의 식사빵인 통밀빵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식빵이며, 베이글에조차 우유와 달걀과 버터 등을 넣어 만든다는 것을 비건이 된 이후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빵뿐 아니라 인간의 혀에 길들여진 입맛을 위해 어떤 과정과 어떤 희생을 통과한 재료가 들었는지를 몰랐을 뿐 아니라 관심도 갖지 않았다.  그냥 내 입에 맛있는 것이 들어가면 될 뿐이니까, 그 순간 내 입맛이 원하니까, 그 이면과 과정을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많이 먹었다

  

이후 그런 두려움을 비웃기라도 하듯 비건을 위한 먹을거리들이 다양하게 생겨났다. 이제 비건 디저트는 건강을 위해서, 혹은 다이어터들에게도 꽤 인기가 높아졌다. 그뿐 아니라 비건 식당이 아닌 곳에서도 비건 옵션을 추가해 육류나 해산물을 먹지 않는 비건들도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연한 운영방식으로 전환하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래서 꽤 먹으러 다닌 편에 속한다.


비건이 아닐 때 쉽게 먹을 수 있는 짜장면만 해도 비건이 된 이후는 당연히 먹을 수 없는 귀한 음식에 들어간다. 그러니 비건 옵션이 된다고 하면 일부러 찾아가서 꼭 먹어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요즘 들어서는 비건 빵 및 비건 디저트들은 진화를 거듭해 글루텐 프리며, 로푸드며, 쌀과 현미를 이용해서 건강하고 달콤한 디저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윤리적 이유가 아닌 건강을 위해 비건 빵을 선택해야 하는 빵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닐까 싶다.


늘어나는 비건 디저트 시장 못지않게 비건 대체 육 시장의 확장세도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해왔다. 비건 시장의 발전만큼이나 나 또한 참 다양한 비건 식품들을 먹고 소화시키느라 바빴던 것 같다.



어느 채식 의사의 고백

  

 '녹말 음식은 어떻게 살을 빼고 병을 고치나'라는 부제가 붙은 <어느 채식 의사의 고백>은 뉴욕타임스 최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존 맥두걸 박사'의 책이다. 2017년 국내에 첫 번역되어 나온 이후 2021년 개정판 10쇄가 나왔다. 이 책의 몇 장을 펼쳐 읽다 보면 잘못된 식생활을 하는 비건은 건강을 망칠 수도 있겠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이 책의 곳곳이 밑줄 그며 읽어도 좋을 내용들인데 그중 저자의 서문에 이런 부분이 나와 소개해본다.

오해를 할까 봐서 한 가지만 먼저 밝혀둔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육식이 몸에 끼치는 해악과 채식이 몸을 깨우는 이점에 대해서도 얘기할 예정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녹말이란 공장에서 만든 정제탄수화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빵, 라면, 국수, 파스타, 케이크, 과자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자연에서 얻은 감자, 현미, 고구마, 보리 등을 말하는 것이다. 정제 탄수화물은 그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만, 공장에서 제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화학재료가 첨가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 존 맥두걸  <어느 채식 의사의 고백> 서문 중



퇴보인지, 진화인지 알 수 없는 비건의 입맛

  

꼭 이 책 때문만은 아닌 거로 짐작되는 게 책을 읽기 전부터 복잡한 조리 과정과 양념이 가미된 일품요리보다 단순한 음식들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고구마나 감자 옥수수 단호박을 찜통에 쪄서 과일과 함께 먹는 하루 한 끼가 그렇게 맛도 좋고 마음과 속이 다 편안할 수가 없었다. 가끔씩 통밀빵과 병아리콩을 쪄서 만든 대체식품을 곁들이기도 하지만 샐러리며 토마토며 다양한 채소와 과일과 녹말 식품은 질리지 않고 계속 먹게 된다. 바로 이것들이 내 몸에서 원하는 먹을거리였다는 게 느껴졌다.


S.N.S를 통해 알게 된 어느 식당은 처음엔 '일반 식당'에서 '비건 식당'으로 전환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전 메뉴를 '자연식물식' 지향으로 바꾸어 식당 스스로 진화해가는 걸 보게 되었다. 언제고 가볼 위시리스트에 넣어 둔 식당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고 해서 달콤한 비건 디저트를 영 끊을 생각은 없다. 다만 지금보다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먹던 양을 아주 조금 줄여볼 생각이다.



존 맥두걸 박사의 편지


존 맥두걸 박사의 책 서문 마지막에 이런 말을 써놓았는데 어쩐지 이 말이 꼭 잘못된 식생활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보내는 가장 짧고 정직한 편지라는 생각이 들어 이 글, '아름답고 건강한 자연식물식' 맺음글에 대신해 보기로 한다.


당신은 이 책을 읽으면서 채식이 우리의 몸을 정화시킬 뿐 아니라 지구환경을 정화시킨다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것은 순환하기 때문이다. 더 건강했던 우리 조상들의 음식습관으로 돌아간다면 지구도 맑고 깨끗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을 날씬하게 하고 지구를 정화시키고, 많은 돈을 저축하게 하며, 인생을 변화시켜줄 이야기를, 이 책을 펼쳐 든 당신에게 바친다.  




집에서 주로 먹는 컬러가 너무 예쁜 자연식물식 한끼 혹은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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