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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선 Jan 12. 2022

지구 어머니가 주신 백신의 이름을

비건(Vegan)이라 한다면

바이러스의 역사 


 2019년 11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과의 시간이 변종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출현과 함께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초기만 해도 확진자 몇 명 발생했다는 뉴스에도 긴장했건만, 이제 확진자가 3천 명을 넘어가 병상수가 모자란다는 뉴스 속 앵커의 말도 그리 놀랍지가 않다. 당초 예상과 달리 어느결 3년여 시간과 함께 적응이라도 된 것일까? 놀랍고도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류와 함께 한 전염병의 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으니, 우선 선사 시대를 지나 기원전 430년대로 넘어가 보기로 한다. 아테네 황금기 시대, 아테네 시민의 1/3을 사망케 해 찬란한 한 시대의 막을 내리게 했던 중심에도 '전염병' 이 있었다. '흑사병'으로도 알려진 '페스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전염병으로서 14세기 유럽에서 발병했다. 이로 인해 전 유럽 인구의 1/3의 사람들이 사망하게 되었고, 수많은 긍정적, 부정적 여파를 일으켰다. 작가 '알베르 까뮈'의 역작 '페스트' 역시 그 와중에 탄생한 문학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사스(SARS)를 비롯해 신종플루(H1N1)등이 있으니, 동물을 매개체로 이용해 살아온 이후 인류의 역사 속에서 '전염병'을 배제할 수는 없을 듯하다. 이런 사실은 세계 1차 대전 사망자수보다 훨씬 많은 2천5백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고 전해지는 '스페인 독감'이 돼지나 조류에서 기원된 인플루엔자라는 걸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더는 '살처분' 소식을 보거나 듣고 싶지가 않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도 '돼지독감', '아프리카 돼지열병', '조류 인플루엔자'라는 전염병의 이름을 자주 들어 알게 되었다. 직장인들에겐 '삼겹살'과 '소주 한잔' 이 정겨운 일상이 되고, 콜라겐 섭취를 위해 돼지껍질이나 족발을 먹어야 좋다는 통설이 우리 의식 속에 자리 잡은 걸 보면 육식 산업의 마케팅은 일단 성공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돈과 다름없는 재산이 사라진다는 것은 안타깝고도 우려되는 뉴스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병들었거나,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방역의 수단으로써 수많은 생명체들을 산 채 땅 속에 묻는 살처분은 어느새 이 전염병의 발병과 확산을 매듭짓는 일반적 결말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접하는 '돼지전염병'이라는 뉴스 앞에 살아있는 생명으로서의 '존재가치' 로서의 시각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인간의 필요로 인해서 생겨난 전염병을 대하는 인간의 방식이  윤리적 비건 인간인 내게는, 특히 더 끔찍하게 다가오곤 했다.


그런데 이런 사실 또한 수천 명 바이러스 확진자 발발 뉴스를 매일 듣는 일상 속으로 들어와 어느새 겨울이면 그저 자주 보거나 듣는 뉴스로 자리 잡게 되었다. 최근의 코로나 19의 발병은 '천산갑'이라는 동물을 다루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인간을 위한 '보신' 또는 '요리 재료'라는 이름으로 산 채 거래되는 동물들이 최대의 규모라는 중국의 '우한'시장 이 바로 그곳이다. 어디 중국뿐이겠는가. 우리나라를 비롯 세계의 곳곳에 이런 시장들이 존재할 것이므로 언제든 동물을 매개체로 한 전염병이 발병할 조건은 차고 넘친다고 본다.


그렇다면 만물의 영장으로 스스로의 자리를 매김 한 나를 포함한 인간종들은 발병하는 바이러스에 대해 가만히 있을 것인가? 결코 그렇지가 않아서 앞으로도 백신은 계속 발명될 것이며, 3차 4차 백신을 맞거나 쉽게 결론 내기 힘든 시위를 할 것이다. 물론 새로운 백신의 출현에도 '동물실험'이라는 동물의 희생이 동반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어쨌거나 이 모든 전염병 즉 바이러스의 출현과 소멸, 예방 및 해결의 배후에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방법이 영 없는 것일까?


불현듯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되도록 많은 지구인들이 비건이 된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바이러스가 발생할 것인가? 개발된 백신을 맞아도 변이 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또 백신을 개발해 맞아야 하는 무한 반복 바이러스와의 시간이 계속될 것인가? '아니 비건 인구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지면 그렇지 않다' 쪽에 손을 들고 싶다. '비건 Vegan)'으로의 전환이야말로 인류가 처한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백신이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글을 읽은 누군가로부터"어째서?"라는 질문을 받았다는 가정하에 대답을 준비해 본다.  우선 대량의 육식을 소비해야만 했던 이들이 비건으로의 전향자가 늘어난다면 동물을 고기로 보는 시각 자체가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굳이 산 채로 유통되는 육식 시장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전염병이 창궐될 만한 요인도 함께 사라짐은 물론이다. 수많은 지구인들에게 제공되기 위해 준비되어야 했을 대량 사육 시스템도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대규모 사육장과 도살장을 짓기 위한 무차별적인 삼림의 벌채도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치. 맥'이라는 이름의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대량 조류의 사육시스템도 사라지게 될 것이며, 이들의 과다 이용으로 발병하곤 하던 성인병도 줄거나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과 맞물려 돌아가던 방송 매체와의 메커니즘에도 변화가 오게 될 것이라고 본다. 굳이 먼바다로 나가 낚시를 하고, 깊은 오지에서의 사냥 등으로 생물 다양성을 해쳐 멸종과 해양생태계를 파괴시키는데 한 몫하는 시스템과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물론 이쯤에서 나올법한 '히틀러도 채식주의자였는데 군국주의자에다 전쟁을 일으켰느냐'는 등의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글은 개인의 기질 연구가 아니기에 곤란한 질문에 대답할 의무나 부담도 받고 싶지는 않다. 비건에 관련된 글을 쓰거나 비건 관련 글을 읽다 보면 나를 포함 늘 습관적으로 비 채식인들이 느낄법한 상황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는 걸 보곤 한다. 이 또한 어쩌면 지나친 눈치 보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글의 어디에도 고기를 먹는 개인을 공격하거나 무시하거나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사실과 느낌에 충실한 글을 읽은 비 채식인 독자의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은 그 사람의 것이기에 굳이 내가 끼어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건 관련 글을 쓰다 보면 저도 모르게 글 논조의 강도를 생각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그만큼 너무 오랫동안'육식'이 일반적이고 당연한 사회 속에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채식' 즉 '비건'은 별나고 차별적인 것, 절대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사회 속에 인식되어 있음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선사시대가 아니다. 동물을 사냥해서 먹지 않으면 굶어 죽는 시대가 아닌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아직도 육식의 카르텔 속에서 지구 반대편에서는 굶어 죽는 아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한다.

비건 세상이 오기를 기도하고 꿈꾼다


나는 이 바이러스가 범람하는 세상 속, 지금이야말로 이 세상, 아니 지구인들 모두가 지구 어머니에 대한 착취를 멈추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너무 오랫동안 너무 많이 어머니를 해쳐 왔기에 이제 전격적으로 지구 어머니를 돌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대규모 학살과도 같은 대량 사육시스템이 사라지고, 그것들이 있던 자리에 유기농 농업 등의 친환경 농업 시스템이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 곳곳에 자리 잡은 은밀하고 어두운 곳에서 일어나는 먹고 입기 위한 동물의 살해와 착취가 이제 그만 멈춰지기를 기도한다. 대신 그 자리에 인간에게 소용될 각종 곡식과 과일, 구근식물 등을 최대한 어머니 지구가 다치지 않도록 유기농법으로 농사지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코로나 19의 변종 '오미크론'은 훨씬 쉽고도 빠른 경로로 전염된다고 한다. 증세는 비록 약하지만 사람마다 감염의 정도는 다르기에 결코 안심할 수도 안심해서도 안 되는 실정이다. 나 또한 '부스터 샷'까지 접종하는 등의 대책을 하고는 잊지만 바이러스 창궐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비관적이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에게 해외여행이라는 선물은 영영 사라진 거라고 믿고 싶지 않다. 나는 정말이지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 발리 우붓에도 다시 한번 가보고 싶고, 다시 파리에 가게 된다면 최소 한 달은 살다 오고 싶다. 3년간 살았던 샌프란시스코 밸리 지역에도 다시 가 보고 싶다. 우리가 사는 어머니 지구 위에서 더 이상 동물을 죽이거나 해치거나 대량 사육을 위해 무차별 삼림을 없애는 야만적인 행위가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고통스럽게 죽임 당하는 동물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지구에는 서서히 평화의 에너지가 밀려올 것만 같다. 백신도 바이러스도 다 사라질 것만 같다. 바이러스가 출현할 시점부터 생각해오던 것이었는데, 우연히 '코로나 바이러스가가 인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글을 마주하며 깊은 공감과 두려움을 느껴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 짓는다. 인터넷에서 많이 돌아다닌 글이라 접한 분들이 많을 걸로 짐작이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보낸 편지"(~ A letter from Corona Virus) 전문

지구가 속삭였지만 당신들은 듣지 않았습니다.
지구가 소리를 내 이야기했지만 당신들은 듣지 않았습니다.
지구가 소리쳐 외쳤을 때 당신들은 오히려 귀를 막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태어났습니다.

나는 당신들을 벌 주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들을 깨우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지구는 도와 달라 외쳐왔습니다.
대규모 홍수로 외쳐도 당신들은 듣지 않았고,
큰 산불들로 외쳐도 당신들은 듣지 않았고,
강력한 폭풍과 돌풍에도 당신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해양 오염으로 바다 생물이 죽어가도
당신들은 여전히 지구의 외침을 듣지 않습니다.
빙하가 녹아내리는 심각한 경고에도, 혹독한 가뭄에도,
지구가 얼마나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지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끊이지 않고, 욕심은 멈추지 않고, 무수한 증오에도,
매일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도 당신들은 그저 당신들의 삶을 이어갈 뿐이었습니다.

당신들에게는 지구가 보여주는 수많은 징후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최신 아이폰을 갖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내가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내가 세계가 돌아가는 그 궤도를 멈추게 했습니다.
내가 마침내 당신들에게 듣게 만들었습니다.
당신들로 대피하게 만들었고,
더 이상 물질적인 것에만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당신들은 지구가 어떤 상태인지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존에 대한 진정한 염려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느낄 수 있습니까?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는 것처럼 당신들에게 고열을 일으켰고,
지구의 대기가 오염으로 가득 찬 것처럼 당신들에게 호흡곤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지구가 매일 약해지는 것 같이 당신들에게 연약함을 주었습니다.
세계를 멈추게 만들어 당신들로
지구와 그 아픔을 잊게 만들었던 편안함과 즐기던 외출을
당신들로부터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중국과 인도의 하늘이 깨끗해지고 공기의 질이 달라졌습니다.
단지 공장들이 더 이상 오염물질을
지구의 대기에 내뿜지 않게 된 것으로 이러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베니스의 물이 깨끗해지고 돌고래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어요.
단지 곤돌라가 멈추는 것 만으로 이러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당신들은 비로소 당신들의 삶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새겨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는 여기에 당신들을 벌주러 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들을 깨우기 위해 온 것입니다.
내가 떠나고 이 모든 것이 지나간 후에….
제발 이 시간들을 기억해 주세요.
지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당신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더 이상 지구를 오염시키는 것을 멈춰 주세요.

싸움을 멈추고, 더 이상 물질적인 데 매달리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이제 이웃 사랑하기를 시작해 보세요.
지구와 그 안의 모든 생물을 보살펴 주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자연을 만든 근원인) 조물주를 생각하세요.
그렇지 않다면 혹 내가 다시 돌아오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모습으로 오게 될 것입니다.

Signed, From Corona Virus (코로나 바이러스 드림)
출처 : 한겨레:온(http://www.han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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