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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선 Jul 12. 2022

혼자 걷는 길, 그때 그 아인

아름답지 않은 적 없어라


오늘 분위기는길과 음악 입니다.

이것도 취미라 할 수 있을진 모르겠으나 내게는 걷기 좋은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취미가 있다.  당시엔 몰랐는데 지내놓고 보니 내가 그 걸 좋아했으며 계속해왔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어차피 지나가야 할 길이라면 조금 다른 쪽, 즉 가지 않았던 길을 찾아 목적지로 향하는 방식인데 기준은 가로수가 예쁘거나, 벤치의 위치 같은 것에도 영향을 받곤한다.


왼쪽: 걷다보면 나오는 후면 반사경, 오른 쪽 : 기찻길 옆 담장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며 능소화 꽃 덩쿨과 강아지풀


요즘은 기찻길 옆을 따라 세워진 담장 길을 알게 되어 그 길카페에 가곤 한다. 철길은 당연히 직선이었고 천변의 구부러진 길 보다 거리를 단축해준다는 것도 이 길로 인해 알게 되었다. 천변 걷기를 좋아하지만 새로 알게 된 이 길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기찻길 옆 길은 오가는 사람이 적다 보니 사람 손길을 덜 타서 그런지 담쟁이넝쿨은 짙푸르렀고, 뫼꽃도, 나리꽃도, 강아지 풀도 싱그럽고 자유롭게 피어있었다.  


, 그리고 나는 그 길을 걸으며 김필의 '그때 그 아인'이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다. 아니 전에 들어본 적 있었을 텐데 하필이면 그날은 울컥 올라오는 감동과 함께 반복해 듣고 또 들어도 너무 좋았다. 노래 잘하는 아티스트라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직격탄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 하루라도 독서를 안 해 목에 가시가 돋치는 게 아니라 하루라도 이 노래를 듣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이다. 가만히 가수 김필의 목소리로 가사를 듣다 보면 어리던 날의 숲 속을 헤매던 '작은 아이'가 소환되어 내 앞에 서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아주 기꺼이 이 노랫속에서 슬퍼해도 좋을 만큼 가사 속으로, 목소리 속으로, 선율 속으로 빠져들었다.


왼쪽 : 김필 그때 그 아인이 수록된 C.D 쟈켓, 오른 쪽 : 기찻길 옆 나무 담장구역의 '미학'


길었던 하루 그림 잔

아직도 아픔을 서성일까

말없이 기다려 보면

쓰러질 듯 내게 와 안기는데

마음에 얹힌 슬픈 기억은

쏟아낸 눈물로는 지울 수 없어

어디서부터 지워야 할까


허탈한 웃음만이

가슴에 박힌 선명한 기억

나를 비웃듯 스쳐 가는 얼굴들

잡힐 듯 멀리 손을 뻗으면

달아나듯 조각난 나의 꿈들만


두 갈래 길을 만난 듯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다

무언가 나를 이끌던

목소리에 한참을 돌아보면


지나온 모든 순간은 어린

슬픔만 간직한 채 커버렸구나

혼자서 잠들었을 그 밤도

아픔을 간직한 채

시간은 벌써 나를 키우고

세상 앞으로 이젠 나가 보라고    

어제의 나는 내게 묻겠지

웃을 만큼 행복해진 것 같냐고


아직 허기진 소망이

가득 메워질 때까지

시간은 벌써 나를 키우고

세상 앞으로 이젠 나가 보라고

어제의 나는 내게 묻겠지

웃을 만큼 행복해진 것 같냐고

아주 먼 훗날 그때 그 아인

꿈꿔왔던 모든 걸 가진 거냐고


걷기에 좋은 길을 찾아 걸으며 마음에 와닿는 음악을 듣는 그 순간엔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건강한 다리로 걸을 수 있는 이 순간도, 좋은 음악을 세상에 내 보내준 아티스트들에게도 너무 고맙다. 가볍고 기쁜 감정을 주지는 않지만 깊고 맑은 울림으로 내면을 돌아보게 해 준다.


이렇게 나의 순간들이 모여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된다. 이만하면 충분히 잘 살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이제 카페 문을 나선다.



    

[출처] 김필 - 그때 그 아인 (가사, 노래, 곡정보,) 작성자 골드 민들레

앨범  이태원 클라쓰 OST Part 6/ 발매  2020.02.15.

장르  OST/ 작곡  박성일/ 작사  서동성/ 편곡  박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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