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윤선 Jul 22. 2022

'요기'의 빵 '요가 브레드'

Yoga is Vegan


기왕에 시작된 취미이자 특기인 도시에 살며 걷기 좋은 길을 찾아내는 버릇을 앞으로도 계속 지켜갈까 한다. 그 이유는 도시를 벗어나 살 기회가 그리 쉽게 올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어제 목요일엔 '해방촌 소월로'를 걷다가 '요가 브레드'와 반가운 재회를 했다.


소월로를 자주 걷다보면 시의 '뮤즈'가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희망


빵 이름이 '요가 브레드 Yoga Bread' 라니! 요가 수련자인 나는 몇 년 전 처음 진열된 이 빵의 이름을 보고 '아니 이 빵은 나를 위한 빵이잖아!' 반색을 했었다. 당연히 비건 빵이었다. 이 빵집을 소개해준 이는 현재도 비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유니크한 기질의 소유자인 비건 지인이다. (어쩌면 그는 내게 소개해준 것을 까맣게 잊고 있을 것이다) 정말이지 우연한 대화 자리에서였는데 빵을 좋아하는 나는 흘려듣지 않고 일부러 찾아갔던 것이다.


요기들이 대개 '비건'인 경우를 감안해 비건 빵 '요가 브레드'라는 이름은 꽤 신선한 작명 센스가 돋보인다. 하지만 작명 센스만 좋았다면 굳이 이 시점에서 새삼 이 빵을 언급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빵은 식빵계의 '명품'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우유와 달걀 동물성 버터는 당연히 들어가지 않았고 곡물의 풍미와 제대로 숙성된 밀의 향과 식감이 향긋했다. 그래서 그런가 이 빵은 그냥 맨 빵을 음미하며 먹을 때가 제일 맛있다.


왼쪽 : 겉으로 보면 허름한 간판의 베이커스 테이블, 오른쪽 : 내가 좋아하는 비건빵들

물론 피넛버터나 잼 따위를 바른다거나, 샌드위치 등을 해도 약간의 무게감과 함께 깊은 맛을 내는데 일조를 하지만 말이다. 이 빵은 희고 포근하고 말랑한 글루텐의 결을 슬슬 찢어먹는 식빵이 아니다. 약간 거칠고 단단한 식감과 함께 씹으면 부드러운 목 넘김을 준다. 커피든 두유든, 스푸에 찍어먹든 무엇하고 먹어도 잘 어울린다. 그래서 그런지 이 빵은 두툼하게 자르는 게 얇은 것보다 훨씬 더 맛있다.


'요가'를 진지하거나 가볍게 대하는 것은 각 개인의 취향이다. 그러나 진지한 '요가 수련자', 혹은 진지해야 할 '요가 수련자' 라면 요가 철학의 배경과 함께 아힘사(자비로운 생활방식) 라이프를 지향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진지하다는 것의 범위는 '요가 호흡'과 '요가 에너지' '요가적 진보'를 지향하는 수련자의 기질을 말한다.

도시락 샌드위치 : 두툼한 빵 사이에 두부와 깻잎, 사과 등 등
오늘 오전의 홈 브런치

어쩌면'요가 브레드'는 요기 및 요기니를 배려하는 이런 배경 아래 탄생된 '명품 비건 식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랜만에 빵 바구니에'요가 브레드'가 있으니 마음이 든든하다. 오늘은 Jay의 샌드위치 도시락도 요가 브레드로 만들었다. 내가 싸주는 샌드위치는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 친구이지만 만약 이 빵 맛을 구분해내서 말해준다면 꽤 즐거울 것 같다. 내가 먹을 브런치도 '요가 브레드'. 한쪽 가지곤 모자라 맨 빵 한 조각 더 먹는 것은 당연한 일, 더 이상은 꾹 참기로 한다.


집에서 '요가 브레드'를 사러 가는 길은 결코 가깝지가 않다. 그래서 한동안 잊고 있었다. 이래저래 어제는 잊지 못할 날이었다. 가치관과 신념을 공유한다는 것이 큰 위로와 힘이 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첫 만남을 갖게 된 것도 좋았고, '요가 브레드'와의 재회도 그랬다.


아름다운 친구를 배웅하고 소월로를 천천히 내려오다가 마주친 예전의 그 빵집. 다음엔 그 아름다운 친구의 손에도 '요가 브레드' 한 덩어리를 쥐어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 걷는 길, 그때 그 아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