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의 무게

오늘은 그래서 음악을 듣기로 했다.

by 김윤선

누구나 여행을 떠날 때 가방을 챙긴다. 그리고 무엇을 넣어갈지 정한다. 여행 가방을 잘 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꼼꼼하게 잘 챙겨 싼다고 해도 목적지에 도착해 풀어보면 가져왔어야 할 것이 빠져 있거나, 없어도 될 것들로 가득 차 있기도 한다.


가방이 크다고 잘 꾸리는 것도 아니다. 짐이 가벼운 여행자의 발걸음은 자신은 물론, 보는 이조차 가벼운 느낌을 갖게 하니까 말이다. 늘 무겁게 다니던 때가 있었다. 감정은 곧 요동칠 태세로 마음 한편을 세우고 있었다. 짧은 여행이든 긴 여행이든 내 가방은 늘 무거웠었다. 그 가방을 끌고 다니느라 한쪽 어깨가 늘 눌려 있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12월의 요가 수련 시간에 ‘엔야’의 ‘져니 오브 더 엔젤스(Journey of the Angels)’를 틀어놓은 적이 있었다. ‘뉴에이지’라는 장르에서 ‘엔야’는 많은 사랑을 받아온 아티스트이다. 웬만한 엔야의 곡은 거의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날의 음악은 다른 때보다 더 아름다웠다. 여행이라는 뜻의 단어 ‘Journey’가 들어간 제목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살아가고 죽음을 맞이하는 ‘삶의 여정’이 ‘여행’과 다르지 않다면, 해가 뜨고 기울어 서쪽 하늘에 노을빛을 남기며 사라지는 ‘하루’의 일상도 ‘여행’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요가 수련’ 또한 시작을 명상으로, 앉은 자세에서 선 자세로, 태양 예배 수련 후 흐름에 따라 여러 자세를 거쳐 마지막 자세로 마칠 때까지가 ‘여정’이자 ‘여행’인 것이다.


“오늘도 정성과 집중을 모아 여행을 시작하기로 해요”라는 말과 함께 수련하고 ‘사바아사나’를 거쳐 명상으로 마무리할 무렵 창밖에 눈송이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다들 눈을 감고 있었지만 평온함, 이완됨, 행복함, 이런 단어와 에너지가 수련생들의 주위에 맴돌고 있음이 느껴졌다.


저기 보이는 창밖 눈발 속으로 천사가 날고 있을 것만 같았다. 타인의 행복이 나에게 전이되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행복한 순간이었다. 대부분 나 자신의 안위와 즐거움만을 위해서 살았다. 요가 수련을 만나고 나누며 생기게 된 이타적인 마음 또한 소중하고 고마운 감정이 아닐 수 없다.

좀처럼 나라 밖으로 여행을 떠나기 힘든 계절이 이어지고 있는 날들이다. 이 계절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조금 생각을 바꿔보면 내 삶의 여행,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인생의 여행길에 대해 조금 깊이 집중해보기에 적당할 때이다. 내 여행 가방에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지, 진심으로 가볍고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면 무얼 해야 할지 계획을 세워보는 시기를 가져보는 것이다.


그마저 복잡함이 느껴진다면 한동안 그 느낌 그대로 새로운 마음이 차오를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겠다. 겨울에 집콕하며 이 곡을 듣고 눈발 날리는 겨울 속으로 잠시 날았다가 돌아온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눈 깜짝할 사이에 12월이 다가왔다고 딱 집어 표현하기 힘든 허탈감을 뱉어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시간의 허망함 앞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터. 나도 그렇다. 그러나 뜻밖에 어떤 음악이 다가와 ‘아, 이 음악이 너무 좋구나’ 하고 느껴지는 순간이 또 행복하다. 보드랍고 어여쁜 감정의 결이다.

그렇게 유한한 시간들 속에서 만나는 순간순간들이 하루가 되고 한 달이 된다. 그 한 달이 1년이 되고 우리의 일생이 된다. 행복한 삶의 조건이란 무얼까. 내가 뭐라고 그걸 말할 수 있을까. 그저 매 순간을 내 마음이 좋아하는 길을 따라 살면 그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래된 서랍 속에서, 원래 있었는데 몰라봤던 보물을 꺼내듯 엔야의 음악, 또는 오래전에 좋아했는데 잊고 있었던 음악을 찾아들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덧붙이며 : 속의 배경이 딱 이 맘때여서 이 글을 소개해봅니다. 여러모로 분주한 12월 잠시 엔야의 음악과 함께 마음이 쉬어가는 시간을 낼 수 있다면 모처럼 글을 올린 보람을 느낄 것 같습니다. 나마스테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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