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롤'을 추억함

익선동 비건 식당 <비건 인사>

by 김윤선

내 인생에서 '캘리포니아롤'을 가장 많이 먹었던 시기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에 머물던 때였다. 과일을 많이 좋아하는 것 빼고는 성격 차이가 심한 우리 부부는 남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과일들을 거의 밥처럼 사 먹었었다. 당시 집에서 차로 5분만 나가면 싱싱한 오렌지와 체리는 물론 질 좋은 아보카도를 가성비 좋게 장바구니 가득 담아 올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듯 태양빛이 강렬한 미 서부의 땅에서 자라고 수확한 과일들은 달고 맛있었다.


하필 그때 왜 '캘리포니아롤'에 빠졌던 걸까? '캘리포니아'에서 살아서 그랬던 걸까? 도시락으로도 나 먹으려고도 참 많이도 말았던 '캘리포니아롤'이었다. 그것은 결코 만만하게 자주 해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보통의 김밥과 달리 잡아주는 게 김이 아닌 밥으로 말아야 하는 그 거추장스러움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지금보다 젊어서였기 때문이었다는 걸로 까닭을 대신해도 될지 지금으로선 잘 모르겠다. 아무튼 아침에 눈만 뜨면 캘리포니아롤 말아먹을 생각에 눈이 반짝거리곤 했다.


그것도 이미 16년 전의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하고 있는 게 있으니 가장 중요한 밥의 간 맞추기이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흰 밥을 넓은 보울에 밥알이 으깨지지 않게 살살 저어가며 황금비율의 레시피로 밑간을 해서 식혀놓는 과정 말이다. 하물며 '캘리포니아롤'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비건 캘리포니아롤'을 먹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그 와중에 올해 들어 처음 먹어 본 캘리포니아롤이 있었으니, 서울 익선동에 위치한 '비건 인사'가 바로 그곳이다. 참 오랜만에 시인 선배를 만나 가게 된 비건 식당이었다. '캘리포니아롤'과 '메밀 물냉면'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보니 제대로 맛을 음미하지도 못한 것 같았다. 일단 맛있게 먹은 이유가 선배가 반가워서였는지, 캘리포니아롤이 반가워서였는지, 오랜만의 서울 에서의 식당 찾느라 허기가 져서였는지 모호했었다. 하여 한 번 더 방문을 해 보고 이 글을 쓸까도 했지만 사진만 봐도 침이 고이는 캘리포니아롤의 맛을 하루빨리 소개하고 싶었다.

처음 가보는 익선동이 내게는 너무 복잡하게 느껴졌다. 좁은 골목길에 관광객과 볼거리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많아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길을 지나고 나자 비로소 나타나는 한적한 골목길에서 마주친 '비건 인사'가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한옥을 개조하여 식당으로 꾸며놓았는데 작은 꽃밭과 담장 밑에 쪼르르 자라고 있는 싱그러운 초록의 식물들도 어여뻤다.


다 먹고 부족한 듯하여 주문하려 했던 비건 파니니 샌드위치를 재료 소진으로 먹지 못한 것도 큰 아쉬움이다. 다음 방문 때에는 필히 파니니까지 포함해서 먹어볼까 한다.


" 사장님! 혹시 이 소스에 유제품 들어갔나요? "

" 죄송하지만 이것 좀 빼고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요?"

몇 년 전만 해도 음식 값을 다 지불하고도 눈치 보며 물어보는 일은 '비건인'이라면 자주 겪는 일이곤 했다. 하지만 그 사이 세상이 변해 비건 인구도 늘어났고 비건 옵션이 있거나 전문 비건 식당도 많이 늘었다. 그뿐 아니라 '기후위기'도 한층 더 심각해졌다. 펄펄 끓고 있는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일에 '축산 산업'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쯤을 아는 일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비건 캘리포니아롤'을 먹을 수 있는 비건 식당 '비건 인사'가 참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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