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게 궁금한 나 같은 이가 물어보게 만드는 이름이었다. 그게 벌써 8년도 넘은 일. '비건 카페 달냥'이 처음 문을 연 곳은 성북구 고려대 근처의 아파트 단지 옆 골목길가였다. 첫 방문하던 날 비가 내렸었던가? 중요한 일정이 있어 상월곡에 다녀가는 길이었다.
본 일정보다는 새로 생긴 비건 카페 달냥에 갈 생각으로 들떠있던 우리 비건 자매 눈에 띈 귀여운 달고양이 그림의 간판이 반가웠던 기억이 선명하다. 아날로그 감성 묻어나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사이'동물권 행진'이나 '비거니즘' '비건'과 '생명' 관련 아티스틱한 포스터들이 촘촘히 붙어있었다.
'달냥'이 무슨 뜻이냐는 내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 너무도 명료해 오래 기억할 것만 같았다. '달냥'은 '달고양이'를 줄여 만든 단어라며 반려하는 고양이의 이름이 '달고양이'라서 그냥 그렇게 지었다는 거였다. 그때만 해도 시중에 '비건 카페'는 여전히 부족했기에 허리띠를 풀어놓은 채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시켜 먹은 기억이 난다.
다양한 파스타와 반미 샌드위치, 카레를 비롯해 각종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달냥'에서 트레이드 마크처럼 유명한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다. 아이스크림 기계 앞에 줄을 서서 빈 아이스크림 과자에 크림빛 아이스크림이 채워지기를 기다려본 사람이라면 그 맛을 기억할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나도 바로 그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좋아했었다. 비건이 된 이후 먹을 수 없었던 바로 그 아는 맛을 먹었을 때의 반가움이라니!
왼쪽, 가운데 : 달냥의 실내와 실외 모습, 오른 쪽 고대앞 달냥시절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던 글루텐프리 딸기 케이크
두 달 전 혜화로 이사한 달냥에 다녀왔었다.
그날 가서 먹은 건 고수가 듬뿍 얹어진 비건 두부텐더 반미 샌드위치와 달달한 디저트들이었다. 시키고 나면 꼭 눈에 들어오는 옆 테이블의 음식들, 그날은 간장 마늘 쏘이 프라이드에 눈길이 가는 걸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해마다 비건 페스티벌이 열릴 때쯤이면 비건 카페 달냥은 여러모로 분주해지다 아예 문을 닫기까지 한다. 그 까닭은 쥔장 '켈리와 쏘이'가 비건 패션 브랜드 '비건 타이거'의 양윤아 대표와 함께 '비건 페스티벌'을 처음으로 만들고 지금까지 7년째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비건 불모지에서 껄끄러울 수도 있는 '비건'이란 주제를 축제의 장으로 불러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시도이자 성공적인 이벤트라 생각한다.
내 경우 비건 생활자로 14년째 살면서 '비건 모임'에 대한 생각을 자주 했었지만 구체적으로 계획을 하진 못했다. 아니하지 않았었다. 요가원을 운영하며 외부로 정기적 요가 수업을 나가면서도 모임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큰 부담감을 느끼곤 했다. 만약 부담이 아닌 사명감, 혹은 즐거움에 대한 인식이 더 커서 그냥 덜컥 시작을 했더라면 지금쯤 괘도에 올라있을 수도 있을 일이다. 어쩌겠나 내 기질이 그런 걸.
아무튼 그렇기에 나는 이렇게 개인적 희생을 감내하고 무언가 이루어내는 이들의 신념과 용기에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할 수 있는 한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그게 비록 이 정도의 글쓰기라고 할지라도 미처 표현하지 못한 마음은 바다만큼 넓고 크다고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8월 지나고 가 볼 비건 카페가 참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여기 혜화역 대학로 비건 카페 달냥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달냥을 지키는 달고양이들인 켈리, 소이가 보고 싶어 진다. 막상 만나면 한 사람은 요리하느라 한 사람은 일 하느라 또 다른 사람들은 먹느라 별 얘기도 하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여름 한 철 메뉴라는 빙수, 9월이 오면 달고양이들의 마음이 바뀌어 사라질지도 모를 메뉴인 말차 팥빙수가 몹시도 먹고 싶어지는 8월의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