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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선 Jul 20. 2023

뜨거운 아스팔트 위의 고양이 아니, 인간

과유불급

'저 집사가 오늘 왜 저러지?' 뒤꿈치와 발의 바깥 날로 '뒤뚱뒤뚱' 걷는 나를 애매한 표정으로 메르씨가 바라본다. 정확히 어제 낮 2시 무렵 나는 발바닥 화상을 입었다. 비가 그치고 파랗게 개인 하늘을 비추는 7월의 햇살과 구름이 좋아 늘 그렇듯 다니는 길을 따라 카페에 다녀오는 중이었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카페 안은 시원하지만 건강한 시원함은 아닌 것 같다. 길게 앉아있다 보면 신체적 균형이 깨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닌 인공으로 일으키는 냉기류는 과해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이유로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달라진다 싶으면 하던 일을 접고 짐을 싸서 그곳을 벗어 나오는 편이다.


어제도 그렇게 나와 어씽Earthing을 하며 집으로 돌아갈 참이었다. 하지만 며칠간 쏟아진 비로 하천이 불어 걷기 좋은 흙길로 건너가는 징검다리가 아슬아슬하게 물에 잠겨있었다. 잠시 아니 꽤 오래 징검다리를 쳐다보며 건널까 말까 고민했는데 참 위험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뭘 믿고 그 물살을 헤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을까 말이다.

물이 넘친 징검다리

건너기를 포기하고 아스팔트 덮인 산책로를 걷다 보니 슬며시 신발이 벗고 싶어 진다. 수개월째 맨발 걷기를 하다 보니 신발이 그렇게 거추장스러울 수가 없다. 폭우 그친 지가 얼마 안 되어서 천변을 걷는 사람도 별로 없겠다. 나는 신을 벗어 들고 아스팔트 위를 걷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뜨거운 태양 사이로 새하얀 뭉게구름이 피어나고 있었다. 나의 머리칼이며 등이며 온몸으로 스며드는 더운 공기가 카페에서 쌓였던 인공 냉기를 걷어내는 듯했다. 날아갈 것처럼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흙을 밟는 것에는 비할바가 아니지만 햇빛에 데워진 따끈한 아스팔트 위를 맨발로 걷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돌찜질'을 해본 기억은 없다만 뭔가 발바닥에다가 돌 찜질을 하는 느낌이랄까? 딱 그럴 것만 같았다. 꽤 한참을 그렇게 걸었다. 15인치 랩탑이 든 백팩의 무게도 가볍기만 했고 정신 또한 7월 하늘처럼 그렇게나 푸르고 맑았다.


앗, 그런데 갑자기 확 뜨겁고 따갑고 그런 기운이 발바닥에 번지기 시작한다. 미련하게도 나는 그 순간에도 바로 신발을 신지 않은 채 '조금 더 걸으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으악' 할 정도의 고통이 온 후에야 신발을 신었다. 조금만 더 참고(?) 걸었다면 물집이 터지는 대 참사가 일어났을 텐데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사람이 무언가에 빠져들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할 수도 있는 걸까?' 나는 아무래도 그 순간의 나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씽'이 얼마나 좋았으면 '화상'이 시작되는 순간을 시원한 쾌감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인지. 화상 입은 발바닥인 채 신발을 신고 아스팔트를 지나고 난 후에도 나는  짧은 흙길을 찾아 어씽을 이어갔다.


걸을 때마다 따끔거리는 기운이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 욕실로 뛰어들어가 찬물로 발을 씻고 발바닥을 본 후에야 나는 내 무지함과 욕심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유불급'이었다. 내 발바닥은 아치를 제외한, 특히 힘을 많이 받는 발가락 바로 아래 부분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나 오른발은 조금만 더 진행되면 물집이 터질 지경이었다. 걷기를 좋아하는 내가 이 여름에 스스로 발바닥에 화상을 입힌 것이다. 다행히 하룻밤 자고 나니 어느 정도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러자 스멀스멀 또 드는 생각. 오늘은 면양말을 신고 나가볼까 하는 거였다.


또다시 번쩍 떠오르는 '과유불급 過猶不及!' 오늘은 걷기 좋아하는 나를 어디든 데려다주는 고마운 나의 발바닥을 잘 돌보려 한다. 어디 발바닥뿐이랴. 매사에 넘치지 말아야지 스스로 심신을 돌아다본다.

징검다리 건너 나오는 어씽하기 좋은 흙길

過猶不及 : 모든 사물(事物)이 정도(程度)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中庸)이 중요(重要)함을 가리키는 말. <네이버 한자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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