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 글을 읽을까 말까 고민(?) 하는데 드는 시간은 10초면 충분하다. 나를 포함해 조급증 심한 현대인들은 대개 참을성이 부족하다. 재미있는 글을 읽을 것이냐 가치 있는 글을 읽을 것이냐를 고르는 시간 또한 10초면 충분할 것 같다. 개인의 취향일 수도 있는 '하고 싶다'와 '하기 싫다'는 이처럼 직관적인 느낌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현재까지 내가 잘 이용하고 있는 글쓰기 플랫폼은 바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지금은 브런치 스토리로 불림)다. 나는 이 플랫폼의 비밀의 방(일종의 발행하지 않은 글 창고라고 할 수 있음)에서 2021년에 책으로 나온 에세이 감정 상하기 전 요가 원고를 정리하고 저장해 두었었다. 참 고맙게도 내 쓰기 스타일과 잘 맞아떨어지는 곳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서두와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한다. 여기 구독자가 많은 브런치 작가와 구독자가 적은 브런치 작가가 있다. 구독자가 많은 브런치 작가의 글에 달린 몇 백개의 '좋아요'와 그렇지 않은 작가의 글에 달린 '좋아요'로 알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좋아요'가 많이 달린 브런치 글은 가치가 있는 글일까? '가치' 또한 각 개인마다의 개성과 신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일단 '좋아요' 숫자가 많다는 것은 브런치에 들어온 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좋게 읽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완독을 한 후 정말로 재미가 있어서인지,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브런치북 메인 페이지에 소개된 '좋아요'가 많이 달린 브런치 글들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무엇을' '어떻게' 썼기에 이토록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것일까? '쓰기'라는 주제 아래서 '무엇을'이 '가치'에 관해서라면, '어떻게'는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쓰기의 힘이라 할 수 있기에 나는 그것이 궁금했던 것이다. 하지만 몇몇을 제외하고 대개는 기대이하였다.
차라리 우연히 읽게 된 브런치 글에서 '재미와 가치' 둘 다를 느낀 적도 있다. 예상대로 이들 글에 달린 '좋아요'와 '구독자' 숫자는 형편없이 적었다. 이런 내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여기 브런치 글쓰기 플랫폼에서 드러나 있는 '숫자'가 '재미와 가치'와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내려본다. 물론 모든 브런치글이 다 이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또한 나는 재미와 가치를 느끼는 지점 또한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이란 걸 알고 있다.
더불어 내가 재미를 느끼는 글의 취향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집중해 본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사전의 정보 없이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책을 뽑아 든 경우, 일단 몇 장 읽어보면 작가의 의도와 문장 스타일이 보인다. 그렇다면 집어든 그 책을 끝까지 읽어낼지 그만둘지가 내 읽기의 취향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
그냥 읽고 그냥 쓰면 되는 거지 내 잣대로 쉽게 규정할 수 있을 만큼 쓰기의 세계가 그리 단순한 세계란 말인가. 차라리 이 세계를 '직관의 세계'라고 하는 편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몇 계절을 이른 새벽에 일어나 '미라클 모닝'이라는 쓰기 루틴을 해오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어 잠정적으로 중단을 했다. 좋아하는 문장을 필사하고, 짧은 일기와 그날의 다짐 같은 걸 쓰는 식이었다. 그 다짐 안에 '세상과 좋은 에너지를 나누고, 영향을 미치는 가치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란 문장이 있었다. '재미'와 '글쓰기'를 연결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글을 쓰다 보니 새삼 잘 읽히는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그렇다 아주 인간적인 욕망이라고 해두자. '재미를 느낀다'는 것 또한 시간적 제약이 따르는 것이기에 처음엔 재미있다가도 어느 지점부터는 싫증을 느끼게 됨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쓰고 보니 지지부진한 내 쓰기의 내력에 대한 변명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평범하고도 인간적인 마음이라고 나는 그런 나를 이해하기로 한다.
일정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에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말은 흔히 접 할 수 있는 말이다. 공감되었지만 전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고 할애하는 일에 '글쓰기'가 있다. 이제 때가 온 것일까. 그만두었던 미라클 모닝 쓰기가 다시 하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