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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선 Dec 05. 2023

무릎을 꿇은 이에게서 온 AUM

발리 우붓에서 온 우주의 소리 


   생각의 힘이란 그런 것일까. 주인장은 딱 내가 원하는 분위기의 '옴 AUM 목각'을 찾아서 내 앞에 들어 보이는 거였다. 판으로 찍어낸 듯 흔하고 완벽해 보이는 것보다는 다소 거칠어도 느낌이 있는 그런 '옴'을 찾고 있던 터였다. 머릿속에서 그려질 만큼 내가 생각하는 옴 목각 작품은 구체적이었다. '하누만 로드'를  자주 지나다니다 보니 어쩜 이 길 어디쯤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어슬렁거리던 어느 날이었다. 상점 밖에 놓인 몇 점의 목각 작품 외에는 별 정보도 없이 그곳에 들어섰다. 수많은 조각상들이 빼곡히 놓이거나 걸려있었다. 불상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나무 특유의 향이 짙게 풍겨오는 가게 안은 작고도 아늑했다.  내가 찾는 그것에 대해 대략 설명하자 그는 별 망설임도 없이 바로 그것을 찾아 보여주는 게 아닌가. 


  그가 내민 것보다 조금 더 커도 좋았겠지만, 나는 그것들이 마음에 들었다. '드디어 만났구나'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가게에 있던 옴 목각은 그 둘이 전부였던 것 같다. 망설일 이유도 없이 가격을 지불했다. 


  그러자 그는 특이하게도 무릎을 꿇은 채 포장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옴 AUM 사운드가 가진 '우주의 소리'를 전해주는 신성한 전달자의 역할을 수행이라도 하듯 주의 깊은 움직임이었다. 그 흔한 슬리퍼도 양말도 신지 않은 그는 맨발이었다. 

무릎을 꿇은 채 옴 AUM을 포장하던 주인의 모습 

  가게 안 물건들에 눈이 팔려있던 나는 살짝 충격을 받았다. 맨발에 무릎까지 꿇고 내가 원했던 그것을 포장하는 모습을 보자 묘한 감동이 생기는 것도 같았다. 


  그는 일체의 시선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바닥에 종이를 펴고 옴 목각을 포장하는 중이었다. 혹시라도 떨어트릴세라 조심조심 목각을 종이의 중심에 놓고 여러 겹을 쌌다. 살아오며 그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물끄러미 선 채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주인을 따라 공손해지고 있었다.  상점 안에 있는 이 모든 작품들은 우붓의 예술가들이 직접 조각한 것들이라는 설명과 함께 마침내 그것이 내게로 전해져 왔다. 


  그렇게 한국에 온 두 개의 옴 조각작품은 나의 보물이 되어 요가원에 걸어두었다. 볼 때마다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그것은 물건이지만 옴 챈팅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주인공이기도 했다. 요가 수련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대개 이 옴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필자의 에세이에서도 소개하고 있기에 아래에 짧게 소개해본다. 



 '옴'을 글자 형태로 풀면, 제일 위부터 순서대로 '하늘, 대지, 인간'을 가리킨다. 우리 몸의 상부와 중심과 하부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둥근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삼라만상이 다 들어 있는 듯하다. 태양계를 떠도는 수많은 별과 지상의 풀잎에 매달린 작은 이슬방울도 동그랗게 반짝인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에 별이 아닌 것이 없고, 반짝이지 않는 게 없다. 

                                                  책 감정 상하기 전 요가 P194쪽 '옴의 소리'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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