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키가 작지도 크지도 않았고
운동을 잘하지도 음악을 잘하지도 미술을 잘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건 많아도 잘하는 건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인생에 계획이란 걸 세워본 적이 없다.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입학 몇 달 전, 급작스레 특성화고를 선택했고
대학 역시 수능 물 먹고 내신 성적 맞춰 겨우겨우 들어갔지.
크게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없다.
배곯지 않을 정도로 살면 그냥저냥 살만한 인생 아닐까.
어느 날은 tv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가도
나는 저런 인재는 아니라며 고개를 젓고
욕심 없는 사람이라 돈은 밥 굶지 않을 정도만 벌면 된다 생각하고
나에게 성공한 삶은 본인 인생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는 거라고
의미 있는 삶을 살지 못할 거라면 재밌는 삶이라도 살자고
합리화한다.
그러면서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보이는 것에 연연하고
너무 못나 보일까 전전긍긍하고
치열하게 사는 사람을 보면 나와는 태생이 다르다며
성장하고 싶어도 성장할 자신이 없다고
움직일 생각 않는 우물 안 개구리.
이런 생각이라도 하며 사는 게 어디냐고
항상 나보다 못난 사람을 보며 위안을 얻고
열등감에 사로잡혀 살고
나에 대해 몰랐을 때가 좋았다.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막연히 나를 믿던 나.
나에게도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력이 있을 거라 믿던 나.
나이를 먹고 머리가 크고 이것저것 해보면서
왜 버티질 못하나 왜 조금만 힘들면 포기하나
지레 겁을 먹고 시작도 하지 않나
실망만 커진다.
그냥 좀 사람답게 살고 싶은데
이제는 사람답게의 뜻도 모르겠고
구질구질 구차하지 않으면서
인생 좀 편하게 쉬엄쉬엄 살고 싶은데
과한 욕심일까.
흔히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다는 삶.
그런 삶 말고 시간도 돈도 적당히 있어서
쫓기듯 사는 삶 말고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고 적당히 여유가 있는 삶.
소박해 보이는 이런 삶이
어떨 때는 로또 당첨보다 허황한 꿈처럼 여겨지니
욕심이 큰 사람이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