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

by 에바

편의점에서 일한 지 일 년 정도 됐다. 편의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여러 군상의 인간을 만난다. 엄마나 아빠 품에 안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귀여운 갓난쟁이부터 지팡이에 의지해야 겨우 걸을 수 있는 노인. 여자와 남자, 간혹 성별이 한 번에 분간되지 않는 사람. 같은 담배를 구매해도 담배 쩐내가 나는 이와 향수 냄새가 나는 이와 아무런 향도 나지 않는 이. 같은 상가에서 일하는 사람, 옆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 연예인, 학생, 직장인.


'어서 오세요'란 인사에 대개 무심하고 간혹 친절한 사람. 나 역시 대개 무심하고 간혹 친절하다. 종업원이란 무릇 본인의 감정을 내세우지 않고 모든 손님에게 친절해야 하는 것이 숙명이나, 기계가 아닌 사람인지라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상대방이 먼저 웃지 않는 이상 쉬이 웃음 지어 보이기 힘들다. '어서 오세요'란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들어오며 눈이 마주쳐도 눈인사조차 하지 않는 인간이 태반인데. 어떻게 혼자 웃으며 북 치고 장구 치겠는가. 그래도 무심한 이는 양반이다. 싹수없는 이는 상놈이다. 여기까진 어떻게 사람 새끼라 생각하고 참아 줄 수 있지만, 간혹 쓰레기가 걸어 들어오면 어찌 처리해야 하나 무서울 때가 있다.


'잠시만요'라는 소리에 미친 듯이 화를 내던 쓰레기가 있었다. 어리둥절했다. '좆같은 새끼야 잠깐만 기다려'라고 말한 것도 아니고 그저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기에 계산대까지 가는 길에 '잠시만요'라고 말한 것에 무슨 잘못이 있던 걸까. 그 말하는 쓰레기는 나의 호구를 조사하며 계속 헛소리를 했다. 미국이었으면 벌써 총 맞을 거라는, 정말 어쩌라는 건지. 고작 400원짜리 쥬시쿨 하나 사면서. 금액으로 손님의 등급을 나누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그 400원짜리 쥬시쿨에 괜히 더 화가 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마동석처럼 생겼다면, 혹은 하승진이나 서장훈, 최홍만처럼 생겼다면 친절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런 쓰레기에게 '네네' 거리며 혹시나 저 새끼가 나에게 물리적인 가해를 행할까 두려워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왕이면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타인에게 친절하면 그 타인 역시 나에게 친절해질 확률이 높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친절하고자 했다. 허나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친절함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나의 친절은 바른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가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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