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깊이 없는

[스포]가려진 시간_엄태화ㅣ너만, 나를 믿어주면 돼

2016.11.19

by 에바
가려진 시간ㅣ엄태화ㅣ2016.11.16ㅣ129분ㅣ12세ㅣ강동원, 신은수



공사 발파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간 산속에서 시간을 잡아먹는 요괴 알을 발견한 네 명의 아이들. 수린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성민은 알을 깨뜨리고, 수린만 남겨진 채 모두 사라지는데... 혼자 살아 돌아와 마을 사람과 경찰에 시달리는 수린에게 자신이 사라진 성민이라 주장하는 남자가 나타난다.




성민

별 기대를 안 하고 봤던 영화였는데 생각보다 매우 재밌게 봤다. 사실 강동원 영화는 줄거리나 장르 불문하고 일단 보기 때문에 항상 영화 자체로는 기대를 거의 하지 않는다. 기대하고 보면 괜히 실망할 확률도 높고 어렸을 때부터 순전히 강동원의 얼굴을 좋아하기에, 강동원의 비주얼을 기대하면 기대하지 내용에는 딱히 중점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가려진 시간>은 강동원이 나오지 않았어도 매우 재밌게 볼만한 영화다. 이런 영화를 감성 판탄지 영화라 칭하나? 분위기며 영화의 온도며 여러모로 마음에 들어서 여러 번 본 영화다. 약간 스릴러적인 면도 있어서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고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어린 성민

어린 성민이는 수린이를 좋아하는 눈빛 연기가 좋았다.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눈이 자꾸 가는 건 어쩔 수 없잖아. 같은 곳이 아닌 수린이를 바라보다 수린이가 시선을 느끼면 회피하는 성민이는 어린 시절 짝사랑했던 짝사랑을 생각나게 했다.





수린이

수린이는 연기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연기에 대해 1도 모르지만 처음 어른이 된 성민을 보고 기겁하다가 그가 정말 성민인 걸 믿는 모습이 나올 때, 뭔가 이 애가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수린이 같았다. 어딘가에 정말 수린이가 살고 있을 거 같은 느낌이었다.





이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책입니다

사실 영화를 끝까지 보기 전까지 들었던 생각 중 하나가 '정말 성민(강동원)이가 어린 성민이가 맞을까? 혹여나 경찰 말처럼 성민이와 수린이 대해 잘 아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반전을 원했던 것도 같은데... 아무튼 관객으로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이 이야기가 정말 <그것이 알고 싶다>나 <궁금한 이야기y> 이런 프로그램이나 '이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책입니다' 이런 책을 통해 접했다면 성민(강동원)이를 믿을 수 있었을까? 아니, 절대 믿지 못했겠지. 영화 속 다른 인물들처럼 수린이가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공상을 좋아하고, 친구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면 이 아이에게 정신 쪽에 이상 생겨 성민(강동원)을 믿겠구나- 하면 안쓰러워했을 테다.


만약 내가 수린이었다면 성민(강동원) 이를 믿을 수 있을까? 성민(강동원)이가 하는 얘기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물론 강동원 얼굴에 혹해서 믿든 안 믿든 옆에 두고 싶을 거 같지만 여기에 대해선 좀 더 고민이 된다. 믿을 수 있을까. 견뎌낼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장면을 하나 꼽자면,

마지막에 노인이 된 성민이를 얼굴까지 보여줬던 장면. 물론 노인 분장을 한 강동원도 아름다워서 정말 노인이 된 강동원이 연기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었지만, 거기서 실루엣까지만 보여주고 얼굴은 보여주지 않았다면 좀 더 여지가 생기면서 여운 남는 끝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근데 뭐 이 영화가 스릴러도 아니고 어린 성민이와 성민(강동원)이가 같은 사람인 건 진실이니까, 혼자만의 소소한 바람이었다.




좋았던 장면은,

한밤중에 더는 혼자 있기 싫다며 수린이를 찾아온 성민이와 그런 성민을 위해 손잡아 주며 자는 수린이. 어릴 때 무서운 꿈을 꾸면 엄마 방에 찾아가 손잡고 자자고 어리광부리던 나의 옛 모습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글을 쓰다 보니 영화가 전반으로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장면이 많았다. 수린이가 만들던 암호 글자라던지, 허세로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초등학생들, 귀신 부르는 장면 같은 것들. 세대는 바뀌어도 어린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크게 바뀌지 않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수린이 나이 때면 벌써 십 년도 더 전인데... 그 나이 때쯤에 <늑대의 유혹> 보겠다고 비디오 나오길 목 빠지게 기다렸던 일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니!





마지막으로 잡담을 좀 더 하자면

수더분한 머리를 자르는 모습이 나올 걸 기대하면서 영화 <아저씨> 속 원빈처럼 직접 거울을 보면서 멋있게 다듬지 않을까 했는데 수린이가 다듬어 줘서 살짝 아쉬웠다. 그리고 나만 느끼는 걸 수도 있는데 강동원의 성민이, 뭔가 <늑대의 유혹>의 태성이가 생각났다. 머리를 자른 모습이 태성이랑 닮기도 했고(같은 강동원이니 당연한 소리지만) 분위기가 태성이를 떠오르게 했다. 보듬어주고 싶은 환경도 말이지. (16.11.20)





예전에 썼던 후기를 옮겨 적으면서 줄거리도 추가하고 확인할 부분도 있고 해서 <가려진 시간>을 부분, 부분 다시 봤는데 설정에 대한 의문점이 좀 생겼다.


먼저, 재욱이의 시체. 시간을 잡아먹는 요괴 알을 깰 때 같이 있던 재욱이랑 태식이의 시간은 멈추지 않았는데, 왜 재욱이의 시체는 15~16년이 지난 뒤에 발견했는데 썩지 않고 그대로 인가. 아... 죽었으니까 늙지 않고, 자연(?)도 멈췄으니까 썩지 않는 건가? 다시 보면서 재욱이 시체 백골로 발견됐어야 하는 거 아니야? 생각했는데 글을 쓰다 보니 안 썩는 게 맞는 거 같다.


두 번째는 요괴 알의 영향을 받는 기준. 처음에는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만 요괴 알의 영향을 받는 건가 했는데 그렇다기엔 끝부분에 권해효 아저씨랑 수린이는 영향을 받지 않았으니. 반경 50m 이런 구체적인 조건이 필요한 건지 궁금.


마지막은 수린이가 성민이의 멈춰 있던 시간이 15~16년쯤으로 아직 서른이 넘지 않았다며 성민이를 위로하는 장면이 있는데, 마지막에 배에서 만난 성민이는 너무 할아버지 모습이 아니냐구... 아직 50도 안 먹었을 텐데ㅠㅠ 근데 또 옛날에 영화 보고 나서 막 후기 찾아보고 했을 때 16년이 아니라 32년이 흘렀다는 얘기를 본 것도 같고... 아, 맞다! 태식이가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노인이 된다'라고 할아버지한테 들었다고 했지. 이렇다면 의문점이 1개만 남고 모두 해결되었네! 이래서 영화를 보고 길게 후기를 남기는 게 좋다. 다시 한번 영화 내용을 복기하고 정리하면서 놓친 부분이나 숨겨진 내용을 찾을 수 있으니.





사실 다시 한번 영화를 훑어보면서 이게 아무래도 주연 배우가 성인 남자와 미성년 여자이니까, 4년 전에 봤을 때랑 감상이 다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있었다. 어린 성민이랑 수린이는 뽀뽀까지 할 정도로 서로를 좋아했으니까. 아주 다행(?)스럽게도 성인이 된 성민이와 수린이는 과거보다 더 남자 사람, 여자 사람인 그저 친구라는 느낌이라서 거북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겠지? 그래도 성민이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수린이 나이 때라면 남자 사람 친구든, 남자 친구든 이성보단 동성 친구와 더 유대감을 쌓기 쉬우니 성민이와 수린이의 관계에 좀 더 몰입하기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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