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깊이 없는

순정만화 Part. 2

의식의 흐름 주의

by 에바

본격적으로 순정만화 이야기를 해보자. 한도 끝도 없을 거 같지만 우선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는 천계영. 데뷔작인 <컴백홈>과 <드레스 코드>를 제외하고 천계영 작가의 모든 작품을 섭렵했다. <오디션>, <언플러그드 보이>, <DVD>, <하이힐을 신은 소녀>, <예쁜 남자>, <좋아하면 울리는>, 소설 <더 클럽>까지. 천계영 만화만 이야기해도 2박 3일은 거뜬히 지새울 수 있지만 오늘은 다른 순정만화도 얘기해야 하니까 가장 좋아하는 작품만 얘기해 보겠다. 근데 이게 정말 최애작을 뽑기가 너무 힘들어. <오디션>도 너무 사랑하고 소장은 못했지만 <DVD>도 사랑하고 조조랑 선오랑 안 이어질 거 같아서 슬픈 <좋알람>도 사랑하고 미친 듯이 읽어 재낀 <예쁜 남자>까지. 어떤 작품을 꼽아서 얘기해야 하나 너무 많은데... 일단 <좋아람>은 할 얘기가 많으니 나중에 따로 포스팅하기로 하고 오늘은 내용보단 추억 팔이로 가야겠다.



나름 책꽂이 한 칸을 채우고 있는 천계영 컬렉션. 오디션은 보이는가. 어렸을 때 용돈 생길 적마다 조금씩 모아 한 권씩 사다 보니 초판과 개정판이 섞여 있고 심지어 8권은 없다. 개정판조차 절판되어 이제는 중고거래밖에는 답이 없는데 세트로 팔거나 낱권을 양심 없는 새끼들이 몇만 원에 판다. 옛날에는 알라딘에도 꽤 재고가 있었는데 지금은 울산점에 밖에 없네요. 슬픕니다. 슬프면 힙합을 춰야 한다.




난... 슬플 때 힙합을 춰



희대의 명대사를 남긴 한겸. 한겸이는 <오디션>에 특별 출연을 한 적이 있다. 오른쪽 교문 앞에서 껌을 씹고 있는 아이가 한겸인데. <오디션>을 먼저 보고 나중에 <언플러그드 보이>를 봐서 처음엔 저 껌을 씹는 아이는 누군데 저렇게 정성 들인 작화일까 궁금했다.




'지율이 머리'도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다. '지율'이 양 갈래를 뜻하는 어려운 말 정도로 이해했다. 초등학생이었으니 그럴듯한 오해이지 않나? 그 오해는 <언플러그드 보이>를 보고 <오디션>을 재탕했을 때 풀렸다. 지율이는 <언플러그드 보이> 주인공이며 양 갈래는 지율이의 트레이드 마크다. 지율이 역시 <오디션>에 카메오 출연을 했다. 맨 오른쪽 그림에 '키 크다. 부러워라...' 하며 울고 있는 아이가 지율이다. 황보래옹이 지율이랑 같은 고등학교라서 <언플러그드 보이>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가끔 카메오로 등장했다. 한겸이는 1권 말고도 왕오삼과 부옥이 소개팅하는 카페에서 알바하는 모습도 나왔다.




<오디션>은 당시에는 생소했던 음악 경영을 무려 토너먼트로 진행하는 파격적인 내용의 만화였다. 재활용 밴드와 대결하는 모든 밴드가 정말 힙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들이 많지만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1권 맨 마지막에 부록으로 실린 '어시스턴트 J'를 고발한다는 자투리 만화다. 단 2페이지로 아주 짧은 분량이지만 천계영 작가에게 너무 이입되어 몇 년이 지나도 언니랑 이 에피소드 얘기를 하곤 했다. 스프에 찬 밥 말아먹으면 개꿀맛인데 그 맛을 인정해 주지 않다니...! 식빵에 김 끼워 먹기는...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었는데 십여 년이 지나도록 못 해봤네.




<예쁜 남자>는 내가 봤던 순정 만화 중에서 가장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 만화 같다. 일단 마테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10명의 여자를 정복(?)하는 내용인데 흔히 순정 만화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가 없다. 한 명, 한 명 개성이 넘치고 욕심이 넘치고 힘이 넘친다. 이렇게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한 만화에 나온다는 게 얼마나 드문 일인지 만화를 좀 본 사람이라면 알 테다. 드라마로 나온다고 했을 때 기대 많이 했는데 막상 실사화되니까 어떤 이유인지 못 보겠더라... 드라마 흥행도 저조했던 거 같고... 새삼 아쉽네.




천계영 작가 다음으로 좋아하는 만화가는 박은아. 한때 이상형이 한결이었는데. 한결이는 이름도 예쁘다. 다정다감은 만화방에서 1권을 빌리던 날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때 다정다감이랑 비슷한 4글자 제목의 다른 순정만화도 같이 빌렸었다. 뭔가 새콤달콤, 알콩달콩 이런 느낌의 만화였는데 영 제목이 생각이 안 나네 했는데 생각났다! <비타민>! 4글자가 아니었네;; 아무튼 주인공 4명이 나오는 표지나 초반 내용이 비슷했던걸 기억하는데 <비타민>은 언니가 재미없다고 해서 읽다 말았다. 반면 <다정다감>은 신간이 나올 때마다 빌려봤었지. 이 얘기를 하려고 한 게 아닌데... 아무튼 그렇게 매번 신간을 기다리다 만화방이 하나씩 사라지면서 강제 연재 중단을 당하고 나중에 성인이 되고 나서 완결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마 먹고 대학생일 때, 방학이라 시간이 넘쳐나서 오랜만에 만화나 보자 하고 <다정다감>과 순정만화의 바이블 <꽃보다 남자>를 다시 봤었다.




두 만화를 처음 읽었을 때는 당연히 메인 남주를 좋아했다. 신새륜과 따오밍스(대만판 유성화원으로 꽃보다 남자를 처음 접해서 일본식 이름은 기억 못 함). 근데 다시 읽으니까 한결이랑 화쯔레이한테 치였다. F4중 유일하게 풀네임을 기억하는 화쯔레이(주유민이 연기를 정말 못했는데 얼굴이 너무 잘생겼고 화쯔레이라 말하던 목소리가 너무 귀여워서 아직도 기억함) 두 만화는 굉장히 흡사한 부분이 많다. 그쯤 나온 순정만화뿐 아니라 드라마, 하이틴 영화, 인터넷 소설에서도 주야장천 나오던 클리셰긴 하지만, 어쨌든 돈 많고 제 잘난 맛에 사는 남주와 평범한 여주. 처음엔 앙숙으로 만나고 여주는 남주의 절친을 짝사랑한다. 하지만 짝남은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여주는 짝남에게 차이고 남주와 티격태격하며 미운 정을 쌓는다. 마음의 상처를 하나씩은 꼭 품고 있는 짝남은 여주를 찼지만 친구로 지내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뒤늦게 여주를 사랑하게 되지만 이미 닭 쫓던 개 신세. 사랑은 타이밍 무조건 다이빙이라 했거늘...이지와 샨차이는 망나니 신새륜과 따오밍스에게 빠져버린 뒤다. 그때부터 내 속은 먹지도 않은 고구마 100개로 꽉 채워진다.

항상 울우하고 힘없어 보이던 레이가 산챠이를 알게 되면서 서서히 변했단 말이지. 한결이도 그랬다. 이지와 친해지고 이지를 좋아하면서 변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그에 반해 따오밍스나 신새륜은 한결같이 싹수없고 강압적이었다. 본인의 생각을 강요하고. 하지만 한결이와 레이는 언제나(기억의 미화일 수 있다)이지와 샨차이를 존중해줬다. 아닌가 그 밥에 그 나물인가... 읽은 지 오래라 정확히 어떤 모습이 변했는지 설명할 순 없지만, 확실히 기억나는 건 당시에 다 읽고 난 뒤에 신새륜과 따오밍스는 변하지 않았고, 한결이와 레이는 변했다는 감상이다. 나라면 나를 위해 변화하는 사람을 선택했을 거란 생각.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샨차이가 따오밍스를 좋아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따오밍스는 경찰에 잡혀가도 할 말 없는 놈 아닌가. <꽃보다 남자>가 아무리 옛날 만화인걸 고려해도 유해한 내용뿐이라서 정말 비추한다. 박은아 작가는 어여 빨리 <녹턴>과 <박울 공주> 완결 내주세요.


할 말이 한참 더 남았지만 억지로 읽어야 하는 친구들을 위해 급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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