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만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 게임이 있다. 야자타임 말이다.
우리나라만큼 나이에 집착하고 나이로 군기를 잡는 나라가 또 있을까? 언젠가 우연히 본 영상에서 어린아이들이 처음 만나자마자 한 이야기가 서로의 나이를 묻는 일이었다. 서로의 나이를 확인하고, 나이가 더 많은 아이는 금세 '내가 형이네.' 하며 자연스레 서열을 정리하더라.
언제부터였을까. tv에서 야자타임을 하는 모습이 나오면 보기 불편했다.
야자타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고 해 봤을 정도로 유명하고 간단한 규칙의 게임이다. 일정 시간 동안 모여 있는 사람들의 나이가 거꾸로 바뀐다. 막내였던 이가 가장 연장자가 되고, 연장자였던 이가 막내가 된다. 그때부터 구 막내, 현 연장자는 구 연장자, 현 막내에게 말을 놓는 것뿐 아니라 막무가내로 무엇이든 시킬 수 있는 권력이 생긴다.
심부름, 애교, 장기자랑 등 평소라면 연장자에게 요구할 수 없는 일을 시킨다. 의문이 들었다. 나이가 뭐라고. 야자타임이 끝나면 곧장 분위기는 바뀌고, 연장자는 막내에게 다시 군기를 잡는 듯한 행동을 취한다. 그렇다. 야자타임은 단순히 야자를 하자는 게임이 아닌, 한국 나이 문화에 있는 고질적 문제를 짧은 시간에 극명히 보여주는 게임이다.
숨만 쉬고 밥만 먹고 명만 유지한다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나이는, 아무런 대가도 노력도 치르지 않고 그저 남보다 일찍 태어났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막대할 권력을 준다. 무슨 황당한 일인가.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 한편으론 아직까지 나이로 서열을 정하는 문화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기도 한다. 개미구멍만으로도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데, 공들이지 않고도 쌓을 수 있는 나이 탑은 얼마나 부질없는가.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한국 나이'. 이제는 좀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빨리빨리의 나라 한국은 나이도 다른 나라보다 빨리 먹고 싶은 건지. 야자타임뿐 아니라 반 오십, 꺾인 나이, 화석 학번 등 서른이 채 되지도 않은 나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그렇고 한국 사회에 전반으로 깔린 나이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필요할 때이다. 21세기고, 2020년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