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사무직 도전기
캐나다 워홀로 딱 B2B 마케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오기 전까지 한국에서는 디지털 마케팅 중에서도 퍼포먼스 마케팅만 했었고, 게다가 대행사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인하우스 + B2B 마케팅 조합은 도전 그 자체였다. 인하우스 경험이 없음에도 B2B 마케팅을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이러니 하게도 대행사에서 갈고 닦았던 디지털 마케팅 스킬셋 때문이었다. B2B 마케팅이지만 디지털 상의 브랜딩에 대한 니즈가 있었고 이것은 B2C 이면서 디지털 마케팅 분야라, 나는 딱 거기에 스페셜티를 가졌던 마케터였던 것이다.
B2B 마케팅, B2C의 시야를 잃지 않는 이유
그래서 B2C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경험치는 그대로 살리면서, B2B 제조업이라는 완전 새로운 분야를 밸런스 있게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부분을 아우를 수 있었다는 것이 재밌었다. B2B 마케팅이라고 해서 언제나 직접 고객만을 관리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B2C에 대한 관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제조사 즉 브랜드 입장에서 우리의 제품을 납품하는 쪽이 직접 고객이라 하더라도 결국 그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은 엔드유저, 일반 소비자이므로 그들의 행동 양상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B2B vs B2C: 무엇이 더 좋은가가 아닌, 무엇이 더 적합한가의 문제
여러 BM 모델 중에, 이 브랜드가 B2B의 구조를 지닌 이유를 말해보자면 제조업이기 때문은 아니고, 글로벌 마케팅 관점에서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 규모와 관련이 있다. 캐나다 법인이 B2B를 채택했던 이유는 유통을 직접하지 않기 때문인데,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면 직접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비용이 더 소요될 수 있으므로 그럴 땐 유통업체에 제품을 납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대로 시장 점유율이 어느정도 있고, 규모가 큰 상태라면 직접 유통 네트워크를 갖출 수 있다. 대표적으로 호주 법인이 그렇다고 한다. 제조사가 유통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이상 B2B가 아니라 B2C가 되는 것이고 같은 제품에도 해당 나라의 시장 상황에 따라서 마케팅 전략은 당연히 달라질 수 밖에 없다.
B2B 마케터의 일상: 영업 시너지, 그리고 엔드 유저
타겟에 따라서 두 가지로 나뉘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제품을 납품하는 유통사(직접 고객, 거래선이라고도 한다)를 관리하는 것이다. 이 유통사들도 다시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캐나다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유통사가 지역별로 세분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렇게 지역을 기준으로 하는 거래선과National 전국 단위의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거래선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온타리오주에서 가장 큰 거래선이 있고, 퀘백주를 꽉 잡고 있는 거래선 등으로 나뉘어서 관리를 하게 된다. National Account 라고 하는 곳은 전국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곳들인데 대표적으로 캐나다에서는 Walmart나 Canadian Tire 와 같은 플랫폼들이 있다.
B2C 마케팅이나 일부 SMB 자영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 마케팅에서는 보통 신규 고객 획득을 할 때 디지털 마케팅 채널들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렇게 직접 고객의 수가 적고 한번에 많은 주문이 오고가는 전통적인 B2B 마케팅의 경우 영업 부서에서 고객 유치를 전담한다. 유치 뿐만 아니라 거래선과 관리를 긴밀하게 유지하며, 업셀링을 하거나 추가 주문을 유도하는 등 비즈니스의 핵심 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런 환경에서 B2B 마케터의 역할은 무엇일까? 바로 영업부서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영업부서에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거나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마케팅 부서의 서포트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면, Trade Show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마케팅 부서에서 정리해서 자료로 만들어 영업 플로우를 깔끔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밖에도 영업부의 ROI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에 영업팀과 마케팅팀에서 공유하던 시트를 알아보기 쉽게 정리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사소하게 챙길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
두번째 타겟은 바로 B2C 관점인데, 엔드 유저를 타겟으로한 프로모션 기획, 소셜 미디어 운영, 엠버서더 선정, 디지털 마케팅 광고의 업무가 있다. 일반 소비자가 어떤 경로로 우리 제품을 인지하고 구매까지 하게 되는데 전반의 과정을 탐색하다 보면, 기존의 B2B 마케팅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생긴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리테일 플랫폼에서 우리 제품을 처음 봤다면 브랜드에 대한 평판을 조회하기 위해 구글에 검색을 할 것인데 이 때 캐나다 웹사이트가 바로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소비자로 하여금 정말 혼란일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구글 검색 광고를 제안했었고, 실제로 검색 광고 진행 이후에 트래픽이 이전 대비 3배 정도 증가했어서 이전에 많은 소비자들이 웹사이트를 오인지하고 진입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B2B 마케팅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B2B 구조도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경험했던 전통적인 제조 관점에서는 직접 판매를 일으키는 내부 채널이 어디(영업부)인지 빠르게 파악하고, 마케터로서 그들과 어떻게 시너지를 해서 판매를 극대화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업부가 어떻게 고객들과 라포를 형성하고 관계를 지속하는 지, 어떤 플로우에서 그러하는지. 그 안에서 마케터로서 부스트를 낼 수 있는 부분인지 계속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마케터의 입장에서 결국 이 제품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서 소비되는지에 대한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 소비자의 고민이 결국 우리 제품의 강점이고 그 강점은 거래선에게 효과적인설득의 무기가 될 것이므로 그 인사이트를 정리해서 영업부와 공유한다면 베스트다.
B2B 마케터를 통해 확장된 시야
B2B 마케팅을 해보지 않았을 때의 나는, B2B 마케팅은 단순히 의사결정이 느리고 성과가 영업 부서를 서포트하는 업무가 많고, B2C 마케팅은 상대적으로 빠른 환경에 성과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직접 경험해본 B2B 마케팅은 B2C 마케팅과는 다른 깊이감이 있었다. B2B 마케팅을 통해 물류, 영업 등 타 부서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마케팅만이 아닌 비즈니스 전체 관점에서 사고할 수 있게 되었다. B2B 마케팅의 특성상 다른 부서들과의 긴밀한 협업이 B2C보다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 능력에서 강점이 있는 사람이라면, B2B 마케팅이 정말 잘 맞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예상치 못했던 B2B 마케터로서의 경험은 나의 마케팅 시야를 확장해주었고, 앞으로의 커리어 방향성을 더욱 풍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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