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양의 감정생태 이야기
"너 너무 감정적이야."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움찔했다.
마치 뭔가 잘못한 것처럼.
마치 내가 미숙한 사람인 것처럼.
그래서 나는 감정을 숨겼다.
그렇게 내 안의 생태계가 메말라갔다.
1. 감정 생태계가 사막이 되어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사막화였다.
한때 풍요로웠던 땅이
물 없이 메말라 가듯,
내 안의 감정도
억압 속에서 말라갔다.
처음엔 몰랐다. 회사에서
화가 나도 "괜찮아요"
슬퍼도 "아니에요"
불안해도 "문제없어요"
물을 주지 않는 식물처럼,
내 감정은 시들어갔다.
2. 사막화의 단계들
1단계: 억압 (물 끊기)
"감정적이면 프로답지 못하다"
"회사에서 감정은 사치다"
"승진하려면 감정 조절 필수"
감정에 물주기를 멈췄다.
회의 중 의견 무시당해도
→ "괜찮습니다" (억압)
동료가 내 아이디어 가져가도
→ "좋은 발전이네요" (억압)
야근 계속되어 지쳐도
→ "할 수 있어요" (억압)
매일, 조금씩, 감정의 물줄기를 잠갔다.
2단계: 감각 상실 (메마름)
3년차가 되었을 때,
상사가 물었다.
"요즘 어때? 힘든 거 없어?"
나는 자동으로 대답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진짜?"
그 순간, 깨달았다.
모르겠다.
괜찮은지 아닌지.
힘든지 아닌지.
화난 건지, 슬픈 건지, 불안한 건지.
완전히 메말라 버렸다.
감정을 느끼는 감각 자체가 사라졌다.
3단계: 황폐화 (번아웃)
29살, 출근하는 날 아침.
눈을 뜨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이유를 몰랐다.
그냥 눈물만 났다.
씻으면서도.
옷 입으면서도.
현관문 앞에서 멈췄다.
문을 열 수가 없었다.
'나가면 안 된다.'
'더 이상은 못 한다.'
몸이 말하고 있었다.
"이 땅은 더 이상 아무것도 자랄 수 없어."
3. 사막에서 샘을 찾다
상담사를 만났다.
"지금 기분이 어때요?"
나는 또 "괜찮아요"라고 말하려다 멈췄다.
상담사가 내 눈을 보며 말했다.
"천천히요. 진짜 느끼는 거."
진짜 느끼는 것.
그게 뭔지 몰랐다.
"모르겠어요."
상담사가 말했다.
"괜찮아요. 오랫동안 물을 주지 않았으니,
이제 다시 샘을 찾아야 해요."
그 말에 눈물이 났다.
내 안의 샘이 말라버렸구나.
4. 첫 물 한 방울 - 감정 이름 붙이기
상담사가 숙제를 냈다.
"하루에 세 번, 내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세요."
아침:
"나는 지금 _____하다."
점심:
"나는 지금 _____하다."
저녁:
"나는 지금 _____하다."
사막에 물을 주는 것처럼.
처음엔 막막했다.
'나는 지금... 뭐지?'
일주일 후,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침: "나는 지금 불안하다."
→ 가슴이 조인다.
점심: "나는 지금 지루하다."
→ 공허하다.
저녁: "나는 지금 외롭다."
→ 혼자다.
물을 주니, 땅이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5. 새싹이 돋다 - "나는 화났다"
두 달 후,
친구가 약속을 또 취소했다. 예전 같았으면
"아, 괜찮아." (억압)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나 화났어."
친구가 놀랐다.
"어? 진짜?"
"응. 이번이 세 번째야. 나 기다렸거든.
약속 취소하면 나 슬프고 화나."
친구가 말했다.
"미안. 몰랐어."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감정을 숨기니까,
사람들도 내 감정을 모른다.
"괜찮아"는 거짓 신호였다.
6. 감정 생태계가 회복되다
감정에 물을 주기 시작한 후, 달라진 것들
새싹이 돋았다
"화났어", "슬퍼", "불안해"를 말하니
감정이 다시 살아났다.
꽃이 피었다
진짜 감정을 나누니
관계가 진짜가 되었다.
뿌리가 내렸다
내 감정을 존중하니
나를 존중하게 되었다.
폭발이 줄었다
감정을 매일 조금씩 흘려보내니
쌓이지 않았다.
내 안의 생태계가 다시 살아났다.
7. 여전히 사막과 싸우는 날들
지금도 감정 표현은 어렵다. 특히
윗사람 앞에서
중요한 자리에서
평가받는 상황에서
"감정적이다"는 말이 여전히 무섭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감정을 억누르면 사막이 된다.
사막에서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고
생명이 살 수 없고
나를 잃어버린다
감정에 물을 주면 숲이 된다.
숲에서는
생명이 자라나고
관계가 살아나고
나로 살 수 있다
8. 당신의 감정 생태계는 안녕한가요?
혹시 당신도
"너 너무 감정적이야"라는 말을 들었나요?
"프로답지 못하다"는 소리를 들었나요?
감정을 숨기는 게 능력이라고 믿었나요?
당신의 내면 생태계는 지금 어떤가요?
풍요로운 숲인가요?
메마른 사막인가요?
아니면 그 중간 어딘가인가요?
9. 오늘부터 시작하는 감정 생태 돌봄 3단계
1단계: 감정 관찰하기 (땅 살피기)
하루에 세 번만 멈추세요.
"지금 내 감정 생태는 어떤가요?"
메말랐나요?
촉촉한가요?
물이 필요한가요?
2단계: 감정 이름 붙이기 (씨앗 심기)
"나는 지금 _____하다."
기쁨, 슬픔, 화남, 불안, 외로움, 지침,
설렘, 평화, 답답함, 허무함, 만족, 짜증...
이름을 붙이는 것이 첫 물방울입니다.
3단계: 감정 표현하기 (물주기)
작게 시작하세요:
일기장에: "나는 오늘 화났다."
가까운 친구에게: "나 요즘 불안해."
거울 앞에서: "나는 지금 슬프다."
말로 꺼내는 것이 물주기입니다.
당신에게
감정은 나의 생태입니다.
억압하면 사막이 되고,
인정하면 숲이 됩니다.
당신의 내면에도
샘이 있습니다.
말라버렸다고 생각해도,
그 아래 어딘가에
물줄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오늘, 한 방울의 물을 주세요.
"나는 지금 _____하다."
그게 시작입니다.
사막에서 숲으로
감정 생태를 돌본다는 건
매일 조금씩 물을 주는 것입니다.
거창한 게 아닙니다.
하루 세 번, 감정 이름 붙이기.
하루 한 번, 감정 말로 표현하기.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사막이 숲이 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첫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건
지금 당장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감정 생태를 응원합니다.
미양
생태감성 아티스트 | 감정·예술 ·환경을 잇는 교육 전문가
"나로부터 천천히 시작하는 환경 감수성"
� 이런 글이 더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mee.yann
브런치 구독하기: [미양의 감정생태 이야기]
클래스101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아이패드로 그리는 환경드로잉'
https://class101.net/ko/products/689da1436a835ce434f75c11
� 댓글로 나눠주세요
지금 당신의 감정 생태계를 한 단어로 표현해보세요.
"내 감정 생태는 지금(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