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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Jan 09. 2022

동남아시아 시골살이

시골에 살아본지가 오래됐다. 군생활도 송탄시내에 있는 공군부대에서 했기 때문에 완전한 시골 지역에서 살아본 기억은 유치원 다니기 전에 잠깐 살았던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이 전부이다. 그런데 이곳으로 이사 와서는 (약간 보태서 표현하면) 면소재지 느낌 시골에 살고 있다. 늘 시골이나 고향에서 살고 싶은 로망이 있었는데 몇 주 살아보니 생각보다 불편하다.


자바섬은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섬 지역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다섯 번째 크기의 섬인 자바도네시아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산다. 그러다 보니 자바의 어느 곳에 가도 사람이 많고, 어느 정도 사람이 많은 곳엔 좋은 상업시설들이 들어와 있다. 족자카르타도 규모가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다. 몰도 여러 개 있고 박물관이나 사원들, 유원지들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 경계지역에서 7km 떨어진 곳에 집을 얻으면서도 도회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에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다. 인도네시아는 어차피 몰을 중심으로 여가생활을 하게 되고 차가 없더라도 그랩/고젝 서비스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랩을 이용해서 몰에 가서 해결하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문제는 저녁 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를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번은 가장 가까운 몰에 갔다가 저녁시간에 집에 가기 위해 30분 넘게 차를 기다린 적이 있는데 차량 기사들이 계속해서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었다. 배달도 마찬가지다.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점도 대략 7km 정도 거리에 있어서 배달을 잘 안 시키게 된다.


엊그제 순찰 중이던 경비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람만 다닐 수 있는 뒷문이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다들 차를 가지고 정문으로만 다니니까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잠겨있는 문이다. 관리실에 가서 키를 받아 복사를  다음 뒷문으로 나가보니 안전하게 시장과 동네 슈퍼마켓에 갈 수가 있다. 열쇠를 복사하러 가느라 그랩으로 오토바이도 불러봤다. 오토바이 뒤에 타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서비스이곳에선 흔한 교통수단이다. 무서워서 안 타려다가 어쩔 수 없어서 한 번 타는데 탈만하다. 그렇게 시골생활에 적응해 가는 중이다.

 

며칠 그렇게 다니면서 사진을 찍 정리하다 보니 시골은 시골이. 앞으로는 화산이 보이고 뒤로는 작은 정글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봐도 브랜드 간판은 거의 보이지 않고 천막 천에 인쇄해 놓은 간판들이 많다. 길을 가는 중간중간엔 심심하지 않게 논과 옥수수밭이 이어진다.


그래도 참 신기한 건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란 사실이다. 한 달도 안 돼서 우리 가족의 삶의 방식이 신기할 정도로 주변 환경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삶이라는 게 결국  놓여있는 상황에 맞춰 그렇게 살아지는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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