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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Sep 30. 2021

종속적 남편 시점

Honeymoon in Europe

결혼 전 아내와 함께 MBTI 감사를 한 적이 있다. 나는 ENFP, 아내는 ISTJ였다. 담당했던 상담사분이 이 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라고 농담을 했던 기억이 난다. 결혼을 하고 보니 그 차이가 정말 명확하게 드러났다. 신혼여행은 그 모든 걸 명확하게 알게 해 준 확실한 계기였다.


아내는 늘 계획을 한다. 반면에 나는 늘 즉흥적이다. 여행을 하게 되면 그 갭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추운 겨울 유럽으로 두 주간 신혼여행을 떠났다. 주로 아내가 신혼여행을 준비했다. 예산이 빠듯했기 때문에 아내는 최선을 다해 교통편과 호텔을 준비했다. 나는 아내가 그 모든 것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고맙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내가 괜히 끼어들었다가 한 소리 듣기만 할 것 같은 생각 또한 있었기 때문에 가만히 내 일에 열중했다. 여행 가면 따라다니기만 하면 된다는 비겁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두바이를 거쳐 프라하, 런던 파리로 이어지는 여정이었다. 처음엔 괜찮았다. 프라하의 야경도 좋고 음식도 입에 맞았다. 그런데 추운 겨울날 준비한 일정을 하나하나 소화하다 보니 맞지 않는 지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저 종속적인 팔로워가 되기로 결심하고 신혼여행에 임했지만, 타고난 ENFP인지라 자꾸만 아내로서는 이해하기 힘들 독단적 행동을 하기 시작했었다 보다. 차분히 하나씩 계획을 실행해 나가던 아내의 입장에서는 적잖이 짜증이 났었으리라. 나 또한 추운 날 계속 걸어 다니다 보니 무릎도 아프고 날씨도 춥고 짜증도 났다. 잘 짜인 아내의 계획은 그렇게 나로 인해서 계속 방해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 막 결혼한 기념으로 몇 번의 부부싸움을 하고, 왜 패키지여행을 하지 않았을까, 가까운 휴양지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부부가 되어 갔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던가 시간이 지나고 나니 부딪혔던 기억보다는 함께 했던 좋았던 시간들이 훨씬 더 생각나는 것이 그때의 기억이다.


그렇게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내가 배운 것은, 종속적 남편 시점으로 아내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여행을 할지라도 우유부단한 방관자의 모습으로 있으면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다툼을 피하기 위해 비겁하게 굴다 보면 결국 큰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을 나는 신혼여행을 통해 깨달았다. 그리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잘 적용하는 것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기 위한 비법이라는 것도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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