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라미 중엔 사이드(Sayyid, 복수로는 sada)라고 불리는 선지자 무함마드의 직계 혈통도 있다. 초록색 터번을 쓰는 영예를 누린다. 세계에서 이슬람 신자가 가장 많은 국가에서 무함마드의 자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적지 않은 유리함을 가질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중국계는 경제력을 장악하고 있지만 그 시작이 독재로 유명했던 수하르토의 부패와도 관련이 적지 않아 많은 비판과 탄압을 받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족자카르타 지방에서는 인도네시아인임에도 불구하고 중국계는 땅을 소유할 수 없다. 이전에는 이동에도 제한이 있었다고 한다. 실생활에서는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하드라미, 그중에서도 사이드는 차별보다는 존중의 비중이 더 클 것이다. 무함마드의 후손이 아닌가?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의 학장과 교수 한 분이 하드라미, 그중에서도 사이드이다. 난 피부색으로 이분들을 판단하는 것이 어려워서 몰랐는데 다른 교수분께서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하드라미인 여교수께서 지난주 수업시간에 하드라미 가문의 가부장적인 모습을 이야기해줬다. 몇십 년 전 우리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손님이 오면 밥을 차리고 남자들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날 때까지 시중을 든 이후에야 식사를 할 수 있는 식이다. 그러다 이 분이 캐나다의 맥길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친척들과 만나게 됐는데 같이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려니 친척들이 깜짝 놀라서 왜 겸상을 하냐고 하더라는 거다. 나도 같이 앉아서 먹을 수 있다고 화를 내고 나서부터는 계속해서 같이 식사를 할 수 있었다는 개인사를 이야기해줬다. 무함마드의 후손이라는 엄청난 아우라를 가지지만 지극히 가부장적인 사회의 부조리 역시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공화국 속의 술탄국에 살고 있는데 이곳의 개신교 인구는 현저히 적다. 다른 곳에 비해서도 이슬람은 더 강세고 개신교는 더 약세다. 수업시간에도 기독교 지역의 학생들은 뭔가 약자의 설움 같은 것을 표현할 때가 있다. 종교분쟁으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말루쿠 지역의 학생은 암본 사태라고 불리는 그 지역의 폭력사태를 이야기할 때면 눈물을 글썽거리곤 한다. 생각해보면 세상 어디에나 강함과 약함은 돌고 돈다. 가해자와 피해자도 늘 뒤바뀔 수 있다. 어느 곳에 가면 무슬림이 엄청난 차별을 당하는데 어느 곳에서는 기독교가 핍박의 대상이 되는 식이다. 중국은 강국이지만 이곳의 중국인들은 차별을 경험하는 것처럼 아랍을 떠나온 나그네이지만 이곳의 사이드/사다 공동체는 존중을 받는다. 그저 내가 모르는 것도 많다는 것을 이해하고 좀 더 겸손히 세상과 타인을 바라봐야 할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