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는 베짝이라는 교통수단이 있다. 두 명이 탈 수 있는 수레를 자전거 앞에 달고 있는 일종의 인력거이다. 족자카르타의 말리오보로 거리에 가면 유독 많다. 관광지에 가면 네 명이 탈 수 있는 마차들과 베짝이 늘어서 있는 광경을 보게 되는데, 관광지를 둘러보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고 가끔은 정말 교통수단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차가 잡히지 않은 적이 있는데 베짝을 타니까 10킬로미터가 떨어진 우리 집까지 한국돈 8-9천 원 정도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위험하기도 하고 마음도 편하지 않아서 그렇게 하지는 않았었는데 도시 전체에서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이 되기도 한다.
처음 인도네시아에 왔을 땐, 아이들이 마차를 한 번 타보더니 너무나 좋아했다. 그런데 한 번은 말이 힘들어 보인다며 마차는 타기 싫다고 했다. 베짝을 처음 타보고도 너무 좋아했는데 역시 아저씨들이 힘들 것 같다고 타지 않겠다고 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나는 생각이 다르다. 한 명이라도 더 태워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들이다. 베짝에 두 명을 태우면 한국돈 2000원 정도, 살짝 바가지?를 씌우면 그 두배를 받는다. 그런데 베짝 수가 관광객 수보다 늘 많기 때문에 호객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 그게 잘 안 되는 분들은 하루 종일 베짝에 앉아서 관광객들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성인 남성의 하루 일당이 만원도 안 되는 곳도 많은 인도네시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도시 중 하나이지만 베짝을 가지고 관광지 내에서 해야 하는 사업이기에 그것보다는 많은 돈을 벌어야 할 것이다. 힘이 들어도 한 명이라도 더 태우는 것이 이들을 위해 가장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가 없으니 자전거가 아닌 오토바이로 운행하는 베짝을 종종 타게 된다. 물론 이런 경우에는 자전거로 운행하는 분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수도 있을 노릇이다. 베짝을 운행하는 분들은 그 지역의 가이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마도 바틱 상점, 기념품 상점, 특산품 상점 등에 손님을 데려다주면 커미션을 받는 것 같다. 손님을 태우면 목적지까지 빨리 데려다주거나 관광지 한 바퀴를 돌려고 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어디로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걸 전혀 개의치 않고 한 군데라도 더 가려고 한다. 경우에 따라 요금을 거의 안 받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그렇게 가는 곳도 바가지를 씌우거나 비싼 물품들을 파는 곳이 아닌 그저 평범한 상점들이다. 그러니 그렇게 관광을 하는 것도 재미있는 팁이 될 것이다. 우리 가족은 이미 이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상점에 갈 일이 없어서 처음부터 코스와 요금을 정해놓고 움직인다.
며칠 전엔 베짝이 많은 거리를 지나다가 아저씨 한 분이 베짝에 누워서 자고 있는 걸 봤다. 사실 잘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냥 걸쳐 있는 느낌이다. 베짝이 많이 보이면 뭔가 관광지 같고 이국적인 느낌도 들고 해서 참 좋아 보이는데 저분들의 고된 삶을 보니 또 마음이 편치 않다. 내 경우는 바쁘고 지친 삶을 살다가 가끔 숨을 돌리기 위해 가는 곳인데, 그곳에서 만나는 분들이 바쁘고 지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걸 보면 또 마음이 편하지 않다. 발리 다음으로 유명한 인도네시아의 관광도시에서 많은 외국인들과 내국인 관광객들을 태우지만 자신들은 그 옆골목에 있는 천원도 안 되는 점심을 먹으며, 불편한 자세로 쪽잠을 자면서 그저 한 손님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애쓰는 그 모습에 마음이 짠하다.
연민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게 사실 우리 모두의 공통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늘 가정경제는 어렵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다른 집보다 못해주는 것 같아 자식들에게 미안하고 아내 눈치 보이는 것이 가장들의 모습일 수 있다. 그저 형태만 조금 다를 뿐,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인 것이다. 그 모습에 그저 내 모습도 투영되어 짠하게 느껴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