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 급한 한국인들은 인도네시아의 늦은 행정처리 때문에 답답할 때가 있다. 백신과 PCR규정들도 그렇고 학교 행정도 마찬가지다. 이런 방식으로 어떻게들 살아가나 싶을 때도 있는데, 의외로 잘 돌아가니 할 말도 없다. 인도네시아로 돌아오기 전 아이들 수업료 이야기가 없어서 홈스쿨링 센터로 연락을 해보니 이미 학기가 시작됐다고 한다. 아니 수업료 낼 때가 되면 관련된 공지 정도는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혹시나 싶어 내가 다니는 대학원에도 연락해서 등록금을 어디로 내면 되는지 계좌를 물었더니 곧 왓츠앱으로 연락을 주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한 주가 지나 연락이 와서는 당일이 등록 마감일이라고 했다. 도대체 그런 공지들은 어디에서 확인이 되는 건지? 왜 이메일을 안 주는 건지? 2,000명이 넘는 외국인 학생들은 다들 어떻게 이 난관들을 헤쳐나가고 있는 건지? 엊그제 박사과정 동기가 성적이 나왔다고 확인을 해보라고 왓츠앱 그룹에 공지를 올렸다. 이제 다음 주면 새로운 학기가 시작인데 이의 신청할 학생이 있으면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하다. 스냅사진과 입학금 영수증, 여권사본과 석사학위증을 내라는 연락도 받았다. 입학한 지가 언젠데... 그리고 사실 작년에 다 냈던 것들인데 말이다.
인도네시아에 오자마자 아내와 함께, 위와 같은 일들을 처리하고 나니 며칠이 흘렀다. 문득 생각해보니 되지 않은 건 아무것도 없다. 신기하다. 다들 자신들의 실수에 대해서 사과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친절하게 해결해야 할 것들을 같이 도와서 바로잡아 준다. 아이들도 두어 주 더 쉬긴 했지만 학기를 시작하고, 나 역시 아직 수강신청을 하진 못했지만 다음 주부터 수업을 시작한다(물론 무슨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아직 정확히 모른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곳이 바로 인도네시아라는 교민들의 이야기가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신기한 건, 이렇게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막상 족자카르타의 집에 도착하니 내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는 것이다. 가끔 불평이 튀어나오긴 하지만 말이다. 삶이라는 게 그런가 보다. 처음에 겪는 문화충격은 상당하지만 몇 번 겪다 보면 그러려니 하면서 적응이 되는 것 말이다. 그러니 살아지는 것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