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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Oct 02. 2021

인도네시아 길고양이 밥 주는 사람

할랄 혹은 하람

몇 달 전 집 천장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다. 며칠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더니 천장 한 군데가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웅크리고 있던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세 마리와 눈이 맞았다. 식구들이 기겁을 했다. 천장을 고치고 고양이들은 밖으로 나가게 되었지만 그 고양이들이 자꾸 집 앞을 어슬렁거리고 지붕 위로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우리 집 남매는 그 고양이들이 귀여웠는지 무척이나 같이 놀고 싶어 했다.


사실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개나 고양이나 뭔가를 책임지고 기른다는 것이 영 성격에 맞지 않는다. 혹시 밥을 줬다가 나를 집사로 생각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내와 아이들이 하도 좋아하다 보니 밥을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아침에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종교적 이유로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의 선지자 무함마드가 동굴에 숨어있었을 때 개가 짖어서 들킬 뻔했다는 전승 때문이다. 이슬람에는 할랄과 하람이라는 종교적 규범이 있다. 허가되었다는 의미의 할랄, 금지되었다는 의미의 하람이 이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돼지고기는 하람, 소고기는 할랄이다. 내가 사는 동네엔 한국인들이나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이 많다. 기독교인들도 상당수 거주한다. 그러다 보니 개를 키우는 것은 흔하다. 그러나 주로 개를 산책시키는 것은 가정부들의 일인데, 이들이 개를 만지지 않으려고 하거나 무서워할 때가 많기 때문에 애완견이 있는 집에서는 가정부를 구할 때 개를 케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고양이는 예외다. 고양이가 할랄인지 하람인지는 전문가에서 나중에 물어봐야겠지만 확실한 것은 개를 끔찍이 싫어하는 이슬람교도들이 고양이들은 예뻐하고 잘 키운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이곳의 길고양이들도 한국의 길고양이들에 비해서는 훨씬 대우를 받고 있다. 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도 별로 없고 밥 주는 사람도 많다.  사람들을 특별히 경계하지도 않는다. 따져봐야겠지만 반려동물로서의 고양이는 할랄에 속하지 않나, 하는 추측이 들 정도의 위치를 이곳에서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1년 넘게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고양이들은 거의 유일한 친구이다. 그 많은 고양이들에게 다 이름이 있다. 한발이, 두발이, 레오, 오레오 등등. 새끼 고양이가 커서 다시 새끼를 낳고 그 새끼들을 데리고 집 앞을 서성인다. 사료를 점점 더 많이 주문할 수밖에 없다. 감옥에 갇힌 것 같은 생활을 1년 넘게 이어가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는데 고양이들이 위안이 되어주어서 고마울 따름이다. 그래서 매일 기쁜 마음으로 고양이 밥을 주는 집사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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