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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Oct 06. 2021

모를 땐 보이지 않던 것들

Dubai

신기하다. 어떤 것들은 전혀 우리 눈에 띄지 않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짠, 하고 우리 시야에 들어오곤 한다. 몇 년 전 여행을 하던 중에 들어간 커피숍에서, 마시던 커피잔을 찍었었나 보다. 우연히 그때의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반가운 브랜드를 발견했다. 올드 타운. 인도네시아에서 자주 가게 된 커피숍 이름이 커피잔에 떡, 하니 찍혀 있었던 것이다. 아마 그때의 여행에서 들렀던 커피숍도 올드 타운이었었나 보다. 많은 시간이 흘러 우연히 다시 발견한 사진 속 커피잔이 상당히 반가웠다. 그때 그 커피숍이 올드 타운인 줄 몰라봤던 것이 미안하기까지 했다.  



환승을 위해 신혼여행 때 들른 두바이 공항에서도 그랬었다. 뽈(Paul)이라는 프랑스 빵집이 입점해 있었는데, 가는 길에 그게 눈에 들어왔을 리는 없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서 다시 본 그 빵집은 훨씬 친근하게 느껴졌다. 파리에서 몇 번 본 게 뭐라고 이제 반갑기까지 했던 것이다. 사실 라데팡스의 지하철 역에서 본 이미지 때문인지 프랑스 빵과 커피는 우아하게 느껴졌었다. 출근길 지하철을 타러 가는 파리지앵들은 자리에 앉지도 않고 바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씩을 털어 넘기고는 개찰구를 향해 걸었다. 뭔가 있어 보였다. 아내와 둘만 뻘쭘하게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그 도시 사람들과의 이질감을 경험했었다. 그런데 두바이 공항에서 다시 만난 뽈에서는 반대로 동질감을 경험했던 것이다. 그 간판을 몇 번 봤다고 말이다. 이게 바로 익숙함의 힘 아니겠는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한다. 반대로 자꾸 보면 관계는 더 가까워진다. 마찬가지다.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면 절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해하려고 들면 또 이해 못할 것도 없다. 늘 정의와 공정을 외치지만 사실 그게 수학처럼 정확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는 것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리라. 배운다는 것은 그렇기 때문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기 위한 연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봤다. 배워서 더 많이 알고 이해하게 되고, 관심 갖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것.


때론 사람도 그렇다.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던 누군가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그것이 이성에 대한 호감이든, 실력에 대한 인정이든,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든 그렇게 누군가에게 더 큰 관심을 갖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 어린이들에게 두유를 공급하는 캐나다의 구호단체가 있다. 그 단체의 설립자분이 일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본인은 캐나다 정부 인사의 한국어 통역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는데, 거기서 기아에 허덕이는 어린이들을 봤다고 한다. 일을 마치고 밴쿠버에 있는 자신의 집에 돌아와 자신의 아이를 안고 있는데 엄마로서 많은 갈등이 느껴졌다고 한다. 내 아이는 좋은 곳에서 배고프지 않고 이렇게 행복하게 자라고 있는데 저 아이들은 지금 저기서 굶어 죽어가고 있구나. 그때 느낀 그 왠지 모를 죄책감으로 인해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지금의 단체를 설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때로 세상의 좋은 일들은 보지 않고 느끼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일어나지 않는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넘어갈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누군가 자세히 보고 마음 아파하며 문제를 파악해서 해결하려고 할 때, 바로 그 좋은 일들을 해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운다는 것은 감춰져 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외부로 드러나게 하는 이타적 행위이다. 그 멋진 보물들을 찾아내는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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