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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Oct 07. 2021

선망한다는 것에 대해서

Kuala Lumpur

크리스마스 때쯤 방문했던 쿠알라룸푸르의 대형 쇼핑몰에서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를 본 적이 있다. 날도 더운데 크리스마스 시즌인 것도 신기했고, 이슬람이 국교인 나라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그렇게 성대하게 장식해 놓은 것도 신기했다.


이슬람 강세의 도시에서 경험하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선망"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했었다. 별로 먹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왠지 더 먹고 싶다. 다른 사람이 멋지게 차려입은 옷을 보면 왠지 나도 갖고 싶다. 차도 집도, 다른 여러 가지 것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것을 내가 가지기는 힘든 상황일 때, 그 소유에 대한 욕망은 더 커진다. 선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슬람 국가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것을 단순히 백화점의 상술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그 백화점이 상술을 부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크리스마스가 그 나라 사람들에게 이미 선망의 대상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슬람 성직자들은 이러한 것들에 대해 그들 나름대로 머리가 아프겠지만, 사실 기독교 성직자들도 역시 동일하게 머리가 아플 것이다. 사람들이 선망하는 것이 크리스마스의 본질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선망의 대상은 본질적인 것들을 기념하기 위해 했던 많은 전통과 장식들, 그리고 그 시즌의 분위기이다. 이미 본질 이외의 것들을 선망하게 된 사람들에게 다시 본질을 이야기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때로 어떤 것을 선망함으로 인해 생기는 에너지는 우리를 긍정적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선망하는 것을 갖기 위해 열심히 각자의 삶을 살아내게 하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내가 가지지 못하는 것은 다른 사람도 갖지 못하도록 부숴버리기라도 해야 하는 심리를 가진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이렇듯 선망한다는 것이 그렇게 모두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언가를 선망할 때 그게 나를 파괴할 수 있는 건지,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 될 수 있는 건지를 생각해봐도 좋겠다. 이왕이면 다른 이들에게 해가 되지 않고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을 선망하는 것이 우리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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