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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Oct 08. 2021

국경(Border), 캐나다와 미국 사이

캐나다와 미국 국경을 자동차로 건너는 경험은 신기했다. 그 국경을 통과할 때마다 국경경비대에서 받는 자존심의 상처들은 도로 옆으로 펼쳐지는 멋진 경치가 상쇄시켜줬다.


국경을 넘어 미국 영토로 들어가면 몇 가지 달라지는 것이 있다. 제한속도가 킬로미터에서 마일로 바뀐다. 어지간해선 경적을 거의 울리지 않는,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다소 생소한 운전습관을 가진 그들이 내 뒤에서 빵~~ 하고 경적을 울리는 바람에 내가 속도제한 표지판의 마일 퍼 아워를 킬로미터 퍼 아워로 착각했음을 깨달았었다. 주유소를 지나가는데 휘발유값이 말도 안 되게 비쌌다. 아무리 계산해도 그 휘발유값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다음 주유소에서 다시 유심히 살펴보니 단위가 갤런이었다. 캐나다 쪽 로키는 건물이 거의 없어서 자연 속에 있는 것 같은데 역시 미국 쪽은 자본주의의 냄새가 난다. 건물이 많고 상점도 많다. 그러나 역시나 다른 것은 사람이다. 두 나라가 국경을 맞대고는 있지만 추구하는 가치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자동차 여행을 통해 배웠었다.  




캐나다의 캘거리라는 도시에 살 때 아침 일찍 다운타운의 팀호튼이라는 커피숍에 들른 적이 있다. 더블더블이라는 한국의 커피믹스와 흡사한 커피를 한 잔 사서 나오는데 견인차 기사가 자동차 한 대를 견인하고 있었다. 다행히 내차는 아니었다. 견인차 기사는 이제 막 바를 차 바닥에 끼운 상태였다. 그때 커피숍에서 아저씨 한 분이 항의를 하려고 뛰어나오다가 바가 채워지는 것을 보더니 그들 특유의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처를 하고는 포기해 버렸다. 견인비 때문에 속이 많이 쓰릴 텐데 그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그만이라니! 그러고 보면 캐나다 사람들은 안 되는 것은 빨리 포기한다. 사회주의끼가 있는지 나라에서 시키면 곧잘 따라 하는 편이다. 사냥을 레저로 즐기는 사람들이나 원주민들을 제외하면 총기도 거의 없다. 말 잘 듣는 모범생들처럼 보인다.


미국의 시애틀에 있는 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있었다. 어떤 아저씨가 차를 잘 안내해 준다. 복장은 단정하지 않았지만 참 열심히 일하시는 직원분이 있네,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주차를 마쳤는데 차창을 잠깐 내려보란다. 그리곤 딜을 한다. 여기는 한 시간에 10불짜리 주차장인데 내가 5불짜리 주차장으로 안내하겠다. 그분을 주차장 직원인 줄 알았던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어쨌든 싸다고 하니 따라가 봤다. 주차장 앞 도로의 길거리 주차다. 주차요금을 미터기에 넣고 고맙다고 했더니, 나에게 팁을 요구한다. 1시간에 10불씩 지불하려고 했던 당신에게 5불짜리 주차장을 소개해줬으니 팁은 알아서 달라고 한다. 팁을 주면서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허탈하게 웃었다. 이것이 진정한 창조경제가 아니겠는가? 캐나다에서는 흔하지 않은 캐릭터다. 그가 homeless라고 쳐도 말이다.




여행 몇 번 해본 게 전부이지만 나는 미국의 그런 자유분방함이 좋다. 가진 게 없어도 최선을 다하면 뭔가 성공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아메리칸드림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조금 위험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고, 그런 이유로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넘어갈 땐 왠지 나에게 자유가 얻어지는 것 같은 기분의 상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아내는 반대란다. 미국은 불안하단다. 안전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캐나다가 좋다고 한다. 사람마다의 취향은 정말 신기할 정도로 제각각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네 삶도 그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며 매일매일 서로 간의 Border를 넘나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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