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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Oct 09. 2021

과일 먹는 취향

두리안 혹은 사과 

동네 작은 몰에 있는 마트 체인인 파머스 마켓 입구에서는 두리안을 판다.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아내는 늘 입맛을 다시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잘 사지 않는다. 가끔 외곽의 로컬 지역을 지나다가 두리안을 파는 트럭이 있으면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좋아한다. 여러 개를 사서 행복감에 젖어 집으로 돌아온다. 두리안을 까면 아내와 아들만 먹는다. 딸과 나는 손도 대지 않는다. 딸은 그 냄새에 코를 찡그린다. 


아내는 사과를 먹지 않는다. 아니 먹지 못한다. 사실 깍지도 못한다. 아이들이 사과를 먹고 싶다고 하면 내가 사과를 깎아서 아이들과 먹는다. 아내는 그 특유의 사각사각 소리를 듣지 못해서 방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이 과일을 요구할 땐 주로 망고다. 영어권에서는 맹고라고 발음하는데 이쪽에선 망가라고 발음한다. 망고를 까면 아이들과 아내만 먹는다. 난 그 특유의 그 식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내는 열대과일을 그렇게 싫어할 거면서 왜 동남아에 왔냐고 물어본다. 아니다. 망고스틴(망기스)은 너무 맛있다. 내가 까는 게 싫을 뿐. 처음엔 이게 왜 이렇게 싸지, 했었는데 만족스러울 만큼 먹으려면 싸지도 않다. 그리고 다 먹고 나면 엄청나게 많은 껍질 때문에 휴지통을 비워야만 한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망고스틴을 잘 먹지 않는다.


이렇듯 각자의 마음이 가 있는 곳을 우리는 취향이라 부르고 그 취향의 교집합이 많이 발견될수록 우리는 동질감을 느낀다. 그런데 가족 간에도 과일 먹는 취향이 이렇게 다르니 세상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이겠는가? 가족 간에도 취향이 안 맞아 고민인데 그 외의 사람들과 세상을 맞춰서 살아가는 게 오죽하겠는가? 관계에 있어 노력이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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