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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Dec 05. 2021

거대한 존재 앞의 나약한 인간, 아다마(אדמה)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담의 어원은 히브리어 아다마이다. 땅, 흙, 더 나아가 먼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담이라는 명칭은 사람과 남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특정인의 이름이 아니라 보통명사라고 할 수 있다. 그 어원에 비추어 아담 먼지로 해석할 때는 인간 존재가 하나님 앞에서 대단히 미천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꼭 종교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세상 속에서 별것 아닌 우리 각자의 위치를 깨닫는 경험은 필요할 것이다. 그가 아무리 대단한 사람일지라도 거대한 자연 앞에서 평소엔 망각했던 자신의 크기를 깨닫게 되곤 하는데, 이는  일종의 자아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큰 세계 가운데서 자신이 작은 점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을 직시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 아니다. 물리적 개념으로도 인간은 세상 가운데서 대단히 작으며 이에 대한 성찰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성을 통한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그런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언제나 압도적인 무언가다. 그저 입이 떡 벌이지는 거대함이든지 우리 스스로가 우리 자신이나 주위를 통제할 수 없게 되는 상황들 말이다. 그가 건축가라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고대 건축물이나 건축학적으로 현저히  뛰어난 현대의 건축물 앞에서 그런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신학자나 철학자라면 어거스틴이나 플라톤작품들을 보며 스스로가 가지는 사유의 한계를 경험하게 되기도 할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그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 예를 들면 쓰나미와 같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재앙들, 지인의 죽음이나 개인의 큰 질병이나 사고 등의 경험들에서 망각했던 자신의 크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랜드 캐년의 입구에서도 그랬다. 표지판과 지도에 의하면 이제 그랜드 캐년에 도착한 것 같은데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저 옆으로 뛰어노는 사슴 몇 마리만이 보였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도로를 따라 좌회전을 하는 순간 오른쪽으로 어마어마한 장관이 펼쳐졌다. 무언가에 압도된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었다. 다른 여러 작은 캐년들을 보면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랜드 캐년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장관을 보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종교적 성찰 또한 얻게 되었던 것이다. 아, 내가 정말 별거 아니구나. 잘난 척할 거 하나 없는 게 바로 인간이구나, 하는 사실에 대한 깨달음 말이다.


사실 다들 각자의 위치를 깨닫는 것에서 삶을 위한 제대로 된 여정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무언가에 압도되는 경험, 그래서 아담(먼지)이라는 자기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세상 속에서 주눅 들 필요는 물론 없다. 그저 매일매일 세상 속에서 대단한 것들을 발견해가며 나의 위치를 파악하고 겸손을 훈련하는 것이 우리에게 요구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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