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ke Dec 04. 2021

두리안을 알뜰하게 포장하는 법

동남아시아의 시장이나 마트에선 과일을 잘라서 파는 경우가 많다. 위생상태가 걱정돼서 집에서 자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경우에 따라 잘라놓은 과일을 사면 분명 편한 구석이 있다. 특히 두리안의 경우는 손질이 어렵고 위험하다 보니 잘라주는 걸 가지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리 가시는 생각보다 강하고 날카롭다. 떨어지는 두리안에 맞는다면 최소 중상을 입것이. 두리안은 지역마다 수확하는 시기 차이가 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도 수마트라 메단과 슐라웨시 팔루, 그리고 발리까지 수확하는 시기가 각기 다르다 보니 시장에 팔리는 시기도 약간씩 다르다. 지난번에 산 건 메단, 이번에 산 건 발리, 이런 식이다.  

 

사실 태국의 두리안이 가장 유명하지만 원산지는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가 국경을 맞댄 보르네오다.

 

 

그날도 그저 평소처럼 이들의 생활방식, 일하는 방식이 궁금하여 두리안 자르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동영상을 찍어도 무방하다는 허락을 받고 동영상 촬영을 했다. 바닥에 깔아 놓은 박스가 조금 아쉬웠지만 위생상태가 찝찝하진 않았다. 사실 길거리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대부분 원재료보다는 비위생적인 조리 상태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길거리에서 음식을 잘못 먹고 티푸스라도 걸리는 날엔 당장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한다. 그만큼 멘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삼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두리안을 자르는 아저씨의 손놀림이 섬세하다. 허투루 버려지는 부분이 없다. 두리안 하나에 대락 20만 루피아에서 50만 루피아 사이다. 인도네시아 노동자의 하루 일당을 10만 루피아라고 생각해 보면 두리안이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다. 물론 길에서 파는 값싼 두리안도 있지만 흔히 먹는 태국, 메단, 발리, 팔루 등지에서 나오는 두리안을 싸게 파는 경우 거의 없다.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잘 포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나를 잘라서 플라스틱 팩 두 개를 채운다. 한 사람이 한 팩을 먹으면 적당할 양일 것이다. 값이 싼 로컬 두리안들은 보통 망고처럼 큰 씨가 안에 들어있다. 유명한 산지의 두리안들은 씨가 작다.


늘 동일한 것은 냄새다. 두리안 냄새가 좋은 경우는 없다. 포장해서 집으로 갈 때도 청국장을 싸가지고 가는 것처럼 늘 주변 눈치가 보이고, 차에도 집에도 냄새가 배기 때문에 늘 신경이 쓰인다. 그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 비용을 치르는 것을 보면 맛있는 과일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작가의 이전글 아픈 역사를 생각하며, 카페 바타비아에서 커피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