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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Oct 23. 2021

인도네시아의 한류

며칠 전 넷플릭스를 보다가 인도네시아 내의 콘텐츠 순위를 보니 갯마을 차차차, 마이네임, 오징어 게임이 나란히 1,2,3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기분이 참 좋다. 


사실 3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도 그랬다. 요금을 받는 주차장의 사무실마다 직원들은 늘 블랙핑크의 노래를 틀어놓고 있었다. 몰에서 k-pop 댄스 경연대회를 하는데 다들 의상도 잘 맞춰서 입고 보러 온 관객도 많아서 놀라기도 했었다. 상점들에 들어갈 때마다 앉아있는 여직원들이 휴대전화를 보느라 응대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가까이 가보면 한결같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어서 다시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아내는 온라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니 트렌드를 더 잘 안다. 온라인 수업을 하다가 학생들에게 요즘 뭐 보냐고 물어보면 다들 갯마을 차차차를 본다며 요즘 한국에서는 갯마을 차차차가 핫한 것 같다고 아내가 이야기했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인기순위가 비슷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의 드라마와 음악은 한국의 콘텐츠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흔히 인도네시아의 유니콘 기업을 말할 때 고젝(gojek)이나 토코피디아(tokopedia, 발음은 또꼬페디아에 가깝다.)등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늘 토코피디아 광고를 볼 때마다 광고모델로 BTS나 블랙핑크같은 한국 스타들이 나와서 기분이 좋다.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한국 연예인들이 이곳에서 너무 잘 나가니까 뭔가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 소소한 민족적 우월감을 경험했었다. 나, 한국인이야! 이런 느낌 말이다.


젊어서 이민 가신 어르신 한분께 들었던 "라떼"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마트에서 한국 제품만 보면 그렇게 반가웠다고 한다. 그것이 성냥이든지 초든지 반가운 마음에 일단 사들고 집으로 가셨다는 거다. 그런데 가서 물건을 풀어보면 품질이 썩 좋지 않았었다고 한다. 너무 반가워서 한국 제품을 샀는데 품질이 좋지 않으니 속상하고 민망하고 서럽고 했었다고 하셨었다. 이해가 간다. 남의 집 자식은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얻어서 잘 나가는 것 같은데 우리 자식이 그렇지 못하면 속상하고 서럽다. 한국인들에게 있어 한국 제품과 문화 콘텐츠들이 그럴 것이다. 스타 연예인들이 그럴 것이다. 그들이 잘 나가는 것을 위해 해준건 없지만 잘 나가면 같이 기분이 좋고 문제가 있으면 같이 속상하다. 같은 민족, 같은 국민으로서 느끼는 동질감일 것이다.    


한류가 언젠가는 사그라들지, 아니면 계속 세계를 호령할지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이 엄청난 문화적 역량 때문에 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타국 사람들에게 받아야 할 것보다 플러스 알파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다.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 우리 선조들이 어쩌면 경험해보지 못했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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