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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참 기특하다
By 글쓰는 호랑이 . Sep 24. 2016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일보다 사람이 힘들다.'


H팀에 온 지 5개월, 퇴사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사람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경력 8년 이상 차이나는 팀원들 사이에서 느끼는 괴리함, 눈에 보이지 않는 팀원 간 갈등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중립을 지켜야 하는 위태로움, 자료를 요청하면 직접 자리로 찾아가기 전까지 깜깜무소식인 다른 부서 직원에 대한 답답함 등 사람 때문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생활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한 신입이 위로를 받는 곳은 주말마다 들으러 다니는 각종 인문학 강의였다. 가난, 편견, 실패 등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모두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된 성공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자신도 언젠가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회사에서 겪는 어려움은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그 해 겨울, 신입은 유난히 건조하고 푸석해진 피부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인터넷 검색과 지인 추천으로 건성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은 모두 얼굴에 발라 보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사무실 히터와 건조한 공기 때문에 퇴근 시간이 다가올 때면 눈에 띄게 갈라지고 각질이 올라오는 피부 때문에 다른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기도 꺼릴 만큼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였다.  


"신입, 일로 와봐."

권 과장은 옆자리에 의자를 가져와 앉은 신입에게 재무제표 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귀찮을 정도로 계속 질문하는 평소와 달리 잠잠히 듣고만 있는 신입이 어두운 표정으로 자신의 눈길을 피하자 걱정되는 마음에 말을 걸었다.

"신입,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아? 처음 왔을 땐 피부가 좋았는데 이제 보니 많이 상한 것 같네. 어떻게, 내가 미스트라도 좀 사줘야 하나?"

신입은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아니라고 하며 멋쩍게 웃었다. 내심 걱정해주는 권 과장이 고마웠다.


모두 퇴근한 시간, 신입과 허 과장만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 가방을 챙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허 과장이 신입과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헉, 신입. 아침에 피부 좋아 보인다는 말 취소! 아직 20대인데 아침저녁으로 피부 상태가 그렇게 달라져서 어떡해? 피부 관리 좀 해~"


허 과장의 말에 기분이 상한 신입은 씩씩거리며 남자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다.

"아니, 안 그래도 스트레스 받는 사람한테 왜 말을 그렇게 하시는 거야?"

"상대방 기분 생각 안 하고 말하는 사람들 많잖아. 그나저나 권 과장님이란 분은 정말 고마운 분이네. 팀에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 게 어디야."


남자친구의 말을 듣다 보니 똑같은 상황을 보고 전혀 다르게 반응한 두 사람의 행동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회사 밖에서 '사람 공부'에 매달렸는데 인문학이라는 게 멀리 있는 게 아님을, 직장이 사람을 공부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한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허 과장님, 감사해요. 덕분에 앞으로 제가 하는 말에 더 신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장. 적응기

자기소개

첫 출근

센스가 필요해

달콤한 행복

월요일

언니의 조언

닮고 싶은 그녀

정리의 힘

'아' 다르고 '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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