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비
괜스레 와서 또 울리고 가는 그대가
며칠 전 비 오던 날 급히 갈무리해 두었던 글이다.
봄비가 왔다.
가만히 일어나는 봄기운을 직감한 나무들은
최선을 다해 노랗고 빨간 팝콘 같은 꽃들을 피워내기 시작했다.
하얀 눈 소복했던 앙상한 나뭇가지에 꽃이 먼저 피었다.
아!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던 건가.
어지간히도 급했다.
나무는 여리고 고운 잎 내밀기 전 연약한 꽃 봉오리부터 들이댔다.
그런데 그게 꼭 누구의 마음을 닮았다.
문득 아직 멀리 있는 그대가 떠올랐다.
긴 겨울만큼 헤어짐의 날들이 길기만 한 사람이 터트려졌다.
그대 먼길 오는 날
우리 다시 만나는 날
마침내 봄이 오는 날
나는 그대에게 꽃으로 피워지겠다.
계절이 어떠하든
그대에게 철없는 첫 봄으로 뛰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