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별을 따라가라 1부. 2장(1/5)

2장.'중앙아시아의 거인' 카자흐스탄을 만나다

by 청연
1부. 성장통 - 카자흐스탄 편. 2장. '중앙아시아의 거인' 카자흐스탄을 만나다(1/5)


눈치는 필수, 너도 손뼉 쳐!


구름이 적고 맑은 날이라 저 아래로 보이는 세상 풍경이 참 다이내믹했다. 얼마 전까지는 사막지대 상공을 비행했는데 어느새 장엄한 설산 산맥이 펼쳐졌다.


“와, 저 산들 좀 봐! 풍광이 정말 멋지다.”
anastasiia-rozumna-TyD0fFgydtI-unsplash.jpg 천산(Tian Shan) 산맥 / 사진출처 : unsplash
<천산(Tian Shan) 산맥>
* 천산은 ‘톈산- Tian shan ; the Mountains of Heaven’의 한글 표기

그 풍경은 담기엔 너무도 비좁은 비행기 창 너머로 웅장한, 그러나 사람에게 쉬이 그 품을 내줄 것 같지 않은 백발같이 눈 덮인 천산산맥이 마침내 그 자태를 드러냈다. 저 산맥이 휘감은 어느 자락에 우리의 목적지 카자흐스탄이 있을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이 웅장한 산맥이 천산산맥 인지도 몰랐다. 세계지리에 무지했거니와 그곳의 풍경 따위에 관심을 가지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오로지 이민과 사업이라는 단어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내 머릿속에 둘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카자흐스탄에 도착해서 비행 중 보았던 웅장한 산맥에 대해 이야기하다 싸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천산' 이야기 만으로도 한 시간은 족히 나누었던 것 같다.


설산 풍경에 취해 있는 사이 도착 안내 기내 방송이 나왔다.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로 안내되는 장황한 기내 방송은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이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쏼라 쏼라~." 마지막에는 영어로도 안내해 주었는데, 이전과는 다르게 아주 짧고 간단했다. 곧 카자흐스탄 알마티 Almaty 국제공항에 착륙하니 자리에 앉아 벨트를 착용하라는 정도였다. 이것 만으로도 이곳에서 국제 언어 '영어'의 존재감은 극히 낮다는 걸 눈치채기기에 충분했다.


마치 '외계어' 같은 이 언어들 속에서 살아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아마 한동안은 답답하고 힘들 것이다. 착륙 안내 방송은 어쩌면 이제 전혀 경험이 없던 새로운 땅에 발을 붙일 우리에게 주는 일종의 노란색 'Warning'과 같았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이제 어떤 상황에도 적응하고 살아가야 할... 우리 험난한 운명의 복선 같은... 그러나 그때는 들뜬 마음에 그저 신기하고 마냥 즐겁기만 했던...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는데 ‘우~후’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급강하했다. 산악 지역이라 그런지 바람이 세게 불어 기체도 많이 흔들렸다. 직업병이랄까? 기상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것 같은데, 기장이 착륙을 잘할 수 있을지 괜히 걱정됐다. 활주로에 바퀴가 닿기 직전까지 비행기 기수를 틀고 속도를 늦추지 않는 걸 보니, 조종사가 진땀 빼고 있는 게 분명했다. 착륙 속도가 너무 빠른 게 아닌가 싶었는데 비행기는 거친 바람을 거스르며 그대로 착지했다. 모르면 몰라도 때로는 조금 아는 것이 더 불안하게 하는 법이다.


‘휴~. 잘 착륙해서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조금 전까지 아주 조용했던 승객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입으로 휘슬을 크게 불기도 했는데, 순식간에 마치 축제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이건 뭐지?’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눈치를 보아하니 왠지 나도 같이 박수를 쳐야 할 것 같았다. 어색하게 남들을 따라 손뼉을 치며 주위를 둘러봐도 별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조종사에게 고생했다고 손뼉 쳐 주는 건가?’

아무래도 무사히 착륙했다는 것을 자축하는 일종의 관습 같아 보였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졌다. 항공기에 문제가 있어 비상착륙에 성공한 것도 아닌데, 그저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박수를 치다니! 옆에 앉아있던 아내도 박수를 쳤는데, 어리둥절해하면서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한번 들썩거렸다. 이것이 우리가 처음 카자흐스탄 땅을 밟으면서 느꼈던 ‘다름’ 곧 문화 차이 또 약간의 문화충격이었다.


“아이들이 자고 있고, 짐이 많으니 마지막에 내리자.”


우리는 챙겨 온 짐이 많았다. 끝까지 아쉬움에 하나라도 더 챙겨가려고, 가방에 꾹꾹 눌러 넣은 옷들과 무거운 책들까지... 그런데 문제는 출발 전 짐을 쌀 때는 어린아이들을 업고, 안고 짐을 챙겨야 한다는 걸 간과했다. 양손에 가득한 짐과 장시간 비행에 장시간 비행에 지친 아이들을 둘러업으니,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도 땀이 흘렀다.


‘아... 다음에는 반드시 짐을 가볍게 싸리... 책은 빼 두고 올걸...’

그렇게 첫 번째 교훈을 얻었다. 짐은 가벼울수록 좋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함께하라면...


비행기를 거의 마지막으로 이탈해 겉으론 괜찮은 듯 속으론 낑낑거리며 종종걸음으로 입국 심사대로 향했다. 심사를 위해 입국 카드를 작성해야 했는데, 싸샤를 통해 미리 받아 크게 프린트해 온 러시아어로 된 현지 주소를 맞는 건지 틀린 건지도 모른 채 그림 그리듯 써서 칸을 채웠다. 아직 채 식지 않은 체온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5명분의 카드를 그리듯 작성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같은 비행기로 왔던 다른 승객들은 대부분 여권심사를 통과했고 몇 명만 마지막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미성년 자녀들은 부모 중 한 명과 함께 동반인으로 적으면 되는데 그걸 몰라서 개인별로 다 적었다가 다시 작성해야 했다.)


입국심사에서는 심사관의 영어 실력이 신통치 않아 시간이 좀 걸렸다. 처음에는 러시아어로 물어봤었는데, 우리가 전혀 못 알아듣자 서툰 영어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무엇보다 돌아갈 비행 편 항공권이 없다는 게 시빗거리가 되었는데, 다행히 어린아이들이 품에 안기고, 등에 업혀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서는 더 묻지 않고 통과시켜줬다. 혹시나 불이익을 당할까 봐 바짝 졸아서 두근거렸던 마음을 쓸어내리면서, 자리를 얼른 떠나 수화물을 찾으러 빠져나갔다. 역시나 수화물 컨베이어에는 우리 짐만 외로이 뱅뱅 돌고 있었다.


‘여권 심사관들이 왜 영어를 잘 못하지?’


짐 가방을 찾으면서 생각해보니, 국제공항에서 영가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게 좀 의아했다. 일전에 싸샤가 카자흐스탄도 구소련 연방국의 일원으로 긴 냉전 시대를 지나면서 미국이나 영국 같은 영어권 국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때는 영어는 금기시했고, 사실 쓸 필요도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현지어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었는데 사실 그땐 그런가 보다 했었다. 하지만 현대의 국제공항에서조차 영어가 잘 통하지 않을 줄을 생각은 못 했다. 이제 공항을 벗어나 현지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일상생활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거대한 이민 가방을 끌고 우리가 도착하기만을 목 빼고 기다리고 있을 싸샤를 만나러 출구로 나섰다.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체구에 날카로운 눈매의 고려인, 싸샤가 우리의 도착을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인데, 여기는 우리 여정의 중간 목적지였다. 우리가 정착하고 사업을 시작할 곳은 ‘심켄트 Shymkent’였다. 심켄트는 카자흐스탄의 가장 남쪽 끝자락에 우즈베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도시인데, 싸샤가 태어나 자란 곳이자 그의 사업 성공 배경이 된 도시였다. 그것이 우리가 잘 알려지지 않은 카자흐스탄의 지방 도시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였다.


우리는 알마티에서 현지 시장조사차 며칠 머무를 예정이다. 비록 첫 매장을 지방 도시에서 시작하지만, 언젠가 사세를 확장해서 이곳 알마티까지 사업을 펼쳐보고자 하는 야심 찬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Қазақстан – Еуразияның жүрегі!

여기, 유라시아의 심장 - 카자흐스탄에서!




카자흐스탄 공화국 국기
< 카자흐스탄 무비자 방문 비자 규정>
(2020.1.11. 기준)

*체류 가능 기간: 1회 - 30일 이내(매회), 이후
매 180일 내 최대 90일까지
*[중요] 무비자 방문 입국 사실 신고제도
- 기간 : 입국 기준 3일 이내
(2일 이내 경유 시 불필요)
- 방법 : 숙박시설 대리신고, 이민국 방문 서
면신고 등
*주의 : 무비자 방문 법률 개정이 잦은 편이므로 방문 전 반드시 외교부나 카자흐스탄 대사관을 통해 최신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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