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테오가

#행복은 단지 21%다

by 청연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1882.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




별이 그리운,

한 밤에 쓰는 편지


선생님.


오늘 새벽 난데없이 고흐가 내게 찾아왔습니다.

그가 그의 동생에게 보낸 편지가

마치 주소를 착각한 양,

내게 보내온 편지처럼 너무도 생생했던 건 왜일까요?

눈시울이 젖습니다.

살짝 눈물을 훔치며 아무도 보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마흔이 넘어 훌쩍거리는 모습이란 참....

그의 편지를 몇 번이나 다시 읽으며

일터로 향했습니다.

고된 일을 마치고 돌아와

지난번 선생님의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선물해 주셨던 당신의 첫 작품집 '이방인의 소묘'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우연일까요?

무심결에 넘긴 책 페이지는 당신의 편지였습니다.





문득 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선생님도 그러셨겠죠.

희망과 절망의 반복.

그러나 끝까지 그리신 거겠죠.


저는 요즘 글을 쓰는 게 그렇습니다.

희망과 절망이 어찌나 교차하는지요.

오늘은 새벽 네시에 일어나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출근했습니다.

헛헛한 마음으로요.


그런데 땀내 나는 일터에서 글감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노란색 테이프에 급히 몇 자 옮겨 적었어요.

다시 희망이죠.


선생님.

오롯이 나를 쓰고 그릴 수 있는 때는 언제 올까요?

어렴풋이라도 그날을 그려봅니다.


그리고

늘 감사합니다.


- 2021. 5.12, 청연 올림 -




행복,

서로의 짐을 나누어지는 것


다시 고흐의 그림을 봅니다.

그리고 그가 쓴 또 다른 편지.


행복하답니다.

서로의 짐을 나누어 짐으로서 불행이 행복으로 바뀌었답니다.

평범 것이 숭고해지는 것 - 사랑.

사랑이 행복입니다.


그렇게

서로의 슬픔을 껴안은 것

서로의 불행을 보듬는 것

그것이 비록 작지만 가장 위대한

그것이 촛불처럼 약하지만 가장 따스한 행복입니다.

슬픔, 고흐



지난겨울 임신한 여자를 알게 됐다.

겨울에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임신한 여자.

그녀는 빵을 먹고 있었다.

하루치 모델료를 다 주지는 못했지만

집세를 내주고 내 빵을 나누어줌으로써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배고픔과 추위에서 구할 수 있었다.

그녀도, 나도 불행한 사람이지.

그래서 함께 지내면서 서로의 짐을 나눠지고 있어.

그게 바로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어 주고,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을 만하게 해주는 힘 아니겠니?

그녀의 이름은 시엔(Sien)이다.

그녀에게 특별한 점은 없다.

그저 평범한 여자.

그렇게 평범한 사람이 숭고해 보인다.

평범한 여자를 사랑하고 또 그녀에게 사랑받는 것은 행복하다.

인생이 아무리 어둡다 해도.


-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




P.s :

선생님이 보내주신 편지를 가끔 읽습니다.

때마다 보내주시는 당신의 그림에

저는 다시 희망을 봅니다.

덕분에 참 행복합니다.

감사드립니다.



2021. 5.11, 한희원 선생님에게 받은 '무언의 그림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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