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중앙아시아의 거인' 카자흐스탄을 만나다
1부. 성장통 - 카자흐스탄 편.
< 모든 성장에는 성장통이 있다. - 니체 - >
2장. '중앙아시아의 거인' 카자흐스탄을 만나다(4/5)
겁 없는 하룻강아지의 꿈
심켄트에 총 3곳의 한국식 카페를 연다!
더 나아가 카자흐스탄 주요 도시와 인접 국가로 확장한다!
우리의 목표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것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까진 낭비되는 단 한시도 단 하루도 아까웠다. 사실 매장 하나를 준비하고 잘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 원대한 목표는 마치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 같은 우리의 꿈이었다.
아직 피로도 가시지 않은 도착 다음 날 싸샤와 함께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하루빨리 임대해둔 매장 내외부 공사를 시작해야 하고 주요 식자재와 부차적인 재료들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여러 재래시장을 돌면서 조사도 해야 했다. 계획대로 움직이려면 정말 몸이 몇 개라도 부족할 터였다.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시간은 정말 금보다 귀했다. 개업이 늦어지는 만큼 투자비용이 더 많이 드는 셈이기 때문에 최대한 속도를 내야 했고 몸과 마음이 안락한 '쉼'은 나중으로 미뤄두어야 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카페를!
먼저, 나와 아내는 싸샤가 보내준 사진으로만 봤던, 매장 예정지 2곳을 들러서 현장답사와 내외부 공사, 인테리어 방향을 잡기로 했다.
풍경이 그림 같네...
미리 임대해 둔 첫 번째 매장 예정지로 향하는 대로변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언덕 아래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파노라마 풍경이 눈을 시원하게 했다. 바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땅집들로부터 저 멀리 병풍처럼 둘러친 산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거칠고 투박한 느낌 그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날씨가 청명해서 가시거리가 아주 좋았는데 가시거리가 얼마나 될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은 몇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을까요? 내 생각에는 한 50km쯤?"
"아니, 그보단 훨씬 멀지. 대략 80~100Km 정도 될 거야."
"오, 헬기로 비행할 때 하늘에서 보던 가시거리네요!"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 거리가 80km 이상인 산들이 선명하게 보이다니 상상 이상의 가시거리다. 심켄트의 뜻이 ‘초원 도시 Turf city’라고 했는데 문자 그대로 와 닿았다. 말로만 듣던 대평원은 이런 느낌이다. 우리가 지나는 여기도 사람들이 정착하기 전에는 거친 말을 모는 노매드들이 유목하던 대초원이었을 것이다. 왠지 이 길 달리고 달리다 보면 아직 그들의 그림자가 보일 것 만 같다는 낭만에 잠시 빠져 들었다.
무엇을 하든 완벽한 'Condition조건'은 없다
이 대로의 끝자락에 우리 카페가 곧 열릴 것이다. 아주 이상적인 위치다. 무슨 사업을 하든 눈에 잘 띄는 ‘가시성’은 너무도 중요한데, 그동안 싸샤가 열심히 발품을 판 덕에 좋은 위치에 우리 첫 번째 식당을 열 수 있게 되었다.
첫째도 Location! 둘째도 Location! 아무튼 Location!!!
싸샤는 줄 곧 '위치 Location!'을 외쳤었다. 매장은 위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사업철학은 어느새 우리의 것이 되었다. 로케이션만 좋다면 이미 절반은 한 것이다!
아! 여길 리모델링해야 하는구나!
막상 건물 밖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점할 건물을 바라보니 조금 걱정 섞인 탄성이 절로 나왔다.
큰 열쇠로 잠 구어 둔 철문을 열고 들어서니 쌓여 있던 먼지가 날려 올라왔고, 어지러이 널려있는 책상과 의자들, 방치되어 있었던 듯한 내부 모습에 살짝 눈살이 찌푸려졌다. 얼마 전까지 PC방으로 운영되었던 곳이라는데 얼마나 담배를 피웠는지 찌든 담배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길가로 난 창들은 죄다 쇠창살로 답답하게 가려져 있었고, 유리창에는 온통 온라인 게임 광고 스티커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빛이 들지 않아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 한국에 있을 때 싸샤가 후보지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긴 했었지만 실제 현장 분위기는 생각보다 심란했다.
자 마음껏 상상해봐.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그림은 백지에 그리는 게 쉽다. 이미 어지러이 낙서된 듯한 이곳을 과연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봐야 할지 조금 막막해졌다. 그래도 탁월한 위치 하나로 사업 전망 날씨 예보는 '맑음'이다.
플라타너스 그늘이 좋은 도시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서 초안을 스케치하듯 첫 번째 식당의 구상을 대략 마치고 곧장 두 번째 개업 후보지로 이동했다. 도시를 관통하면서 유심히 보니 아름드리 참나무와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가로수로 잘 가꾸어져 있었다. 한국에서 플라타너스 나무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가 날린다고 가로수로는 도태되고 있는 나무로 알고 있는데 여긴 개의치 않는가 보다.
여기선 빨리 자라고, 그늘을 많이 주는 나무가 최고지!
특히 구소련 시절에 가로수로 많이 심었다고 한다. 플라타너스는 심켄트 환경에 딱 맞는 나무인데 내년 여름 섭씨 50도 땡볕 아래 서 있어 보면 이 나무가 얼마나 좋은지 금방 느낄 거라고 했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그럼, 나무 아래에 두른 하얀색 페인트는?”
“석회야, 병충해 방지용. 밤에는 불빛 반사효과가 있기도 하고...”
아... 도대체 이 양반은 모르는 게 없다.
폐쇄적인 건물, 문화. 회색 그림자 도시
두 번째 매장 예정지는 첫 번째보다 넓고 깨끗한 편이었는데, 심켄트 공항에서 도시로 들어오는 길목이라 위치도 아주 좋았다. 다만 여기도 건물은 조금 심란했다. 여기도 인도 쪽으로 난 창문들에 설치된 쇠창살이 흉물스러웠다. 생각해보니 여기뿐 만 아니라 주위 상점, 아파트, 단독 주택 할 것 없이 1층과 2층에 쇠창살을 단단히 설치해 두었는데, 전체적으로 폐쇄적이고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
도둑이 많았나? 구소련은 공산주의 연방국가라 다들 똑같이 살았을 텐데...
짧은 내 배경지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아마도 구소련이 붕괴될 때 또 독립 직후 사회가 극도로 불안정하고 혼란했던 시기에 강도나 절도 같은 여러 사건, 사고들이 많아서 그랬나 보다.
도저히 안 되겠어요. 비용이 들더라도 창을 완전히 바꾸죠?
아내는 쇠창살을 모두 없애고 거리가 잘 내다보이도록 넓은 유리창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물론 적지 않은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일이었다. 아직 이 도시에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개방적인 가게와 식당들이 없던 때였다. 우리는 인테리어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심미적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다행히 파트너도 이견 없이 그렇게 하자고 선뜻 따라 주었다. 한국에서 오래 살아본 사람이라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한국적인 느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궁둥이가 가벼운 사람들?
함께 또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저으니 진행 속도가 빨랐다. 역시 동업은 '팀워크'가 생명이다. 한 번도 손발을 맞추어 본 적이 없었지만, 몇 번은 어쩌면 오래 손발을 맞추어온 사람들처럼 우린 '꿍짝'이 잘 맞았다.
"나는 궁둥이가 가벼운 사람이야!"
"네?"
싸샤는 늘 자신을 가리켜 '궁둥이가 가벼운 사람'이라고 했다. 그것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생각하고 결심하면 속히 실행에 옮기는 사람을 의미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 같이 궁둥이가 가벼워졌다. 매장을 열기까지 우리 궁둥이는 제대로 방바닥을 누려보지 못했다.
개업 준비를 위해 발품을 참 많이 팔았다.
재래시장, 건축 자재상, 가구점, 주방용품점... 심지어 유명한 카페 화장실까지 벤치마킹을 위해 돌아다녔다.
그만큼 빨리 시장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들의 문화를 배울 수 있었고 또 다양한 현지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모든 게 책에서 건질 수 없는 배움, 바로 '발로 배움'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땀에 젖고 고생스러운 ‘발품’이 둘도 없을 ‘명품’을 만들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