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중앙아시아의 거인' 카자흐스탄을 만나다
1부. 성장통 - 카자흐스탄 편.
< 모든 성장에는 성장통이 있다. - 니체 - >
2장. '중앙아시아의 거인' 카자흐스탄을 만나다(5/5)
심켄트의 해가 뜨고 지는 재래시장, 아이나 바자르 Aina Bazar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는 ‘없는 게 없다’라는 재래시장이다. 내일부터 우리 부부가 매일같이 출근하게 될 곳, 가장 빨리 익숙해지고 친근해져야 할 시장이었다. 다른 재래시장보다 전체적인 가격은 좀 비싸지만, 시내 중심에 있어 접근성이 아주 좋았다.
이 재래시장의 이름은 아이나 바자르. 카자흐어로 '아이나 Айна'는 '거울'이란 뜻이다. 현지인들도 그 이름의 유래를 잘 몰랐다. 아마도 예전에 '거울'을 독점적으로 파는 시장이 아니었을까 추정해 볼 뿐이다. 심켄트가 실크로드 상 한 거점 도시였으니, 그 옛날 거울이 귀했던 시절 분명 '고급 품목'이었을 테니까...
재래시장이 있는 언덕에 올라서니 진풍경이 펼쳐졌다. 오래된 승용차 위에 감자 가마니들을 잔뜩 실어 곧 펑크 날 것 같은 차들. 끝물이 다된 아주 크지만 제멋대로 생긴 수박과 노란색 탐스러운 듸냐(아주 크고 길쭉한 멜론)를 트럭 옆에 풀어놓고 파는 상인. 아직 낮에는 꽤 더운데 어마 어마한 크기의 생선을 냉장고도 아닌 노상 가판대에 올려두고 파는 상인. 사람과 차들이 뒤엉켜 차도와 인도의 구분도, 구분의 필요도 없는 곳. 정말 사람 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시장이었다.
마침내 '다바이'를 만나다
다바이! 다바이! 다바이!
우리 차가 주차장에 들어서니 한가로이 담배를 피우던 주차요원이 여기에 주차하라는 듯 손짓하면서 ‘다바이’를 외쳤다.
"다바이? 다바이가 무슨 뜻이에요?"
"아... 다바이..."
싸샤는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할지 생각하는 듯 잠깐 뜸을 들였다. 보통은 '즉문즉답'이었는데 이 단어는 간단히 설명하기에 뭔가 좀 복잡한가 보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러시아어 '다바이'는 아주 쉬우면서도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라고 했다.
'다바이Давай'는 그야말로 모든 상황에서 쓸 수 있는데...
- '건배'할 때도 다바이!
- 뭘 하자고 제안할 때도 다바이!
- 제안에 좋다고 승낙을 할 때도 다바이!
- 상대방 의견에 동의할 때도 다바이!
- 특별히 의견이 없을 때도 다바이!
- 헤어질 때도 작별 인사로 다바이!
- 전화를 끊을 때도 다바이!
- 재촉할 때도 다바이!
- 고요한 정적을 깰 때도 다바이!
- 복잡한 상황을 정리할 때도 다바이...
- 그리고 가끔 할 말이 없을 때도 다바이!
"전부 다 '다바이'야. 이해가 돼?"
"거참, 신통한 단어네요!"
정말 놀랍다. 그 모든 상황이 ‘다바이’ 한마디로 커버가 된다니!
앞으로 쓸 일이 많을 거라며 다바이만 잘 써도 러시아어 절반은 배운 거라고 했다.
우리말로 딱 떨어지는 번역은 어렵지만
대략 '자~, 그래 그러자. 알았어, 좋았어, 어서~, 잘 가!' 뭐 이 정도쯤 될 것 같다.
그야말로 만능 단어다.
“자, 이제 우리 내려서 한 번 둘러볼까?”
“다바이(그럽시다)!”
다바이라고 쓰고, 만능이라 읽는다.
이제 우리 이야기는 3장. 거인에게 묻다. 듣다.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