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거인에게 묻다. 듣다.
지금 우리는 이야기의 어디쯤?
1부. 성장통 - 카자흐스탄 편.
< 모든 성장에는 성장통이 있다. - 니체 - >
3장. 거인에게 묻다. 듣다. (1/6)로 진입했습니다.
궁금한 여섯 가지 질문
Q.1. 거인?
카자흐스탄은 앞서 말했듯 ‘중앙아시아의 거인’이라 불린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국토면적이 넓은 나라로, 내륙 국가만 따지면 세계 1위다. 영토가 한반도의 무려 12배, 광대한 평원에는 초원과 사막이 많은데 초원지대만도 대한민국의 8배에 달한다.
인간의 시력으로 볼 수 있는 지평선까지 이어진 대평원과 초원은 그저 맛보기인 셈이다.
내륙 국가지만 영토 내 바다라 불리는 세계 최대 소금호수 중 하나인 아랄해의 절반을 품고 있고, 서쪽 국경으로는 또 다른 바다 카스피해의 약 1/4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거인’이라 불릴 만하다.
Q.2. 기후?
대륙성 기후의 카자흐스탄은 넓은 영토만큼 동서남북 기후 편차가 아주 극단적이다. 위치상 북쪽에 있는 수도 누르술탄 Nur-Sultan (옛 Astana)의 한 겨울 기온은 영하 30도 가까이 떨어지고 남쪽 끝인 심켄트는 한여름에 영상 50도까지 치솟는다. 한 국가의 남북 기온 연 편차가 80도라니. 직접 겪어 보기 전에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사실이다. 한 여름 나는 수은 온도계를 수도 없이 의심해 보았다. 수은 온도계는 섭씨 50도가 끝 눈금인데... 한여름 심켄트의 미친 온도는 턱걸이해서 버티듯 50도를 웃돌았다. 그 느낌은 마치 강력한 헤어 드라이기로 뜨거운 열풍을 입과 코에 불어넣는 느낌이다.
Q.3. 국제관계?
카자흐스탄은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후 이듬해 독립국가연합(CIS)에 가입했다. 그리고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러시아는 정치, 경제 그리고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카자흐스탄의 ‘큰 형님’ 역할을 지금도 자청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으로서도 러시아에 일부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국경을 접하고 있는 ‘필요하지만, 위험한 친구’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현지에서 알게 된 지식인들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끈끈한 관계가 없었으면 벌써 중국에 나라를 몇 번이라도 빼앗겼을 거라고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수 세기 동안 지배국이었던 러시아와의 동맹 관계는 마치 ‘적과의 동침’ 같다.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경제약소국 카자흐스탄의 운명은 쉽지 않다. 세계 초강대국에 둘러 쌓여있는 우리나라가 그렇듯 국익을 위해 누구와 손을 잡을 것인지 늘 고심해야 하는 나라다. 최근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과 긴밀히 협력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런 모습을 러시아가 고운 시선으로 보지는 않을 것은 당연하다.
Q.4. 언어?
제정 러시아 지배 시절부터 구소련 시절까지 러시아어로만 이루어진 교육을 강요받았던 터라, 카자흐 사람에겐 모국어인 카자흐어가 있지만 러시아어가 공용어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최근 들어 모든 공문서를 카자흐어로 구축하는 등 자국어를 되찾자는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지만, 지식층이나 해당분야 전문가들은 러시아어를 쉽게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아직 러시아의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 크게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골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카자흐어와 러시아어 2개 국어에 능통하다. 최근에는 글로벌 언어 - 영어를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이런 지방 도시에서는 아직 희귀한 언어다. 여행자들의 자유여행이 쉽지 않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Q.5. 지하자원 부국?
통계 자료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카자흐스탄은 세계 12~15위권의 원유 매장국이자 산유국이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세계에서 손꼽힌다. 더욱이 그 귀하다는 우라늄(원자력 에너지 원재료)도 세계 2위의 매장량을 자랑한다. 넓은 영토만큼이나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보물 - 광물자원은, 창조주의 ‘한나라 몰아주기’ 축복을 받았다.
멘델레예프의 광물 주기율표에 나오는 모든 광물이 있다.
이 말은 카자흐스탄 지식인들이 외국인에게 자랑처럼 하는 말이다. 지하자원 빈민국인 우리에게는 얼마나 부러운 말인지. 다만 그렇게 지하자원을 축복받은 나라가 아직 연간 만 달러 정도의 개인소득 수준이라니, 처음에는 정말 이해 못 할 난센스였다.
카자흐스탄 인구가 1,70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그 많은 광물자원 팔아서 1/N으로 나누면 모두 부자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부정부패 지수가 높다는 것이 해답의 힌트가 될 것이다. 구 공산권 국가의 극단적인 빈부 격차는 이미 1991년 자유 독립 때부터 시작되었고 갈수록 그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 지하자원 부국임에도 경제 발전이 더딘 이유는 이 광활한 영토에 거주하는 국민이 약 1,700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극단적으로 낮은 인구밀도. 경제 / 노동 인구, 소위 ‘맨 파워’의 절대 부족이다. 만약 우리나라처럼 5천만 인구만 되었어도 세계 역사는 다시 쓰여야 했을지도 모른다.
Q.6. 월드 클래스 - 밀 곡창지대?
귀한 광물이 널려있는 땅 위는 엄청난 밀과 곡물 대大 곡창지대다. 밀 원산지라 그런지 현지인들의 주식인 화덕에서 구워낸 빵은 맛이 정말 끝내준다. ‘탄투르Tandoor’라고 부르는 화덕에서 갓 구워낸 동그랗고 뜨거운 ‘리뾰시까Лепёшка’ 하나와 우유 한잔이면 한 끼 식사가 넘친다. 거친 밀가루와 소금, 물이 재료 전부인데 그렇게 맛이 구수할 수가 없다. 많이 먹어도 속이 부대끼지도 않아 이상했는데 방부제나 표백제 같은 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아이들도 너무 좋아해서 한동안 빵을 입에 물고 다녔다. 단, 너무 맛있어 자꾸 먹다 보면 살이 확! 찔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생각해 보면, 영토는 부동의 세계 1위지만, 대부분의 지역이 ‘동토’라 곡창지대가 절대 부족한 러시아가 이런 광대한 밀 곡창지역을 가진 카자흐스탄을 탐냈던 이유를 알만했다.
여기 밀의 품질과 그것으로 만든 빵 맛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게다다 땅을 파면 귀한 광물이 넘쳐나니 그저 먹고, 파면되기 때문이 아닐까?
카자흐스탄은 사유지일지라도 함부로 땅을 파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는데, 뭐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와 관련된 웃지 못할 실화를 들었는데 정말 기가 막혔다.
심켄트 도시 외곽 ‘싸이람 Sayram’이라는 지역에 한 사람이 집을 새로 짓기 위해 기초 공사 차 땅을 팠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굴착한 땅에서 지표 부근 금맥이 발견됐다.
"와! 금맥이라니. 완전 대박이네요!"
"아니. 완전 망했지."
"네? 아니... 왜?"
금맥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은 금방 퍼졌다. 즉시 정부에서 사실 조사단이 나왔고, 결국 그 토지는 얼마 안 되는 공시지가로 국유화되었다고 했다.(구 공산권 국가의 상호 감시체계는 강력했고, 지금도 의심스러우면 '상부에 보고'하는 문화는 여전하다.)
결국, 땅 주인은 오래 살았던 정든 집을 떠나 이사해야만 했다.
웃기고, 슬픈 이야기. 그야말로 카자흐스탄판 ‘새옹지마’다.
그러니 님아, 카자흐스탄에서는 땅을 함부로 파지 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