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할아버지의 마법 <2/2>

#위대한 비행 <존-날지 못하는 새>

by 청연

내가(할아버지) 말했지.


"교장선생. 나 폴이요! 히어로 폴."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치 1인 2역을 맡은 연기자처럼 생생하게 현장을 재현하셨다.

교장선생이 그러더구나.


"아. 네. 그럼요. 폴 선생님. 우리의 히어로 시잖아요! 이 마을 누군들 모르겠어요? 갓 알에서 깨어난 새들도 이렇게 지저귀죠. 폴! 폴!"


내가(존) 끼어들었다.


"아.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요."


할아버지가 말했다.


"그래. 아기 새들 예긴 뭐 기억이 희미하긴 하구나. 어쨌든 비행학교 교장선생은 날 알아보고 극진히 대접했지. 내가 자기의 영웅이라면서 말이야!"


내가 말했다.


"오~. 그래서요?"


늘 그렇듯 어느 정도는 감안해서 들어야 했다.


내가(다시 할아버지) 말했지.


"당신이 진정 날 존경한다면 나의 사랑하는 존의 비행학교 입학을 허가해 주시요. 그것으로 날 존경한다는 증표로 알겠소!"


교장선생이 그러더구나.


"네. 그럼요! 우리 히어로 폴 선생님의 말씀이라면 뭐가 문제겠습니까! 저 하늘의 별도 따드려야죠!"


그래서 내가(할아버지) 말했지.


"그래. 고맙소. 차는 잘 마셨소. 그럼 나는 바빠서 이만!"


"훗!"


나는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아내려 했지만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의 1인 2역 연기는 제법 성공적이었다.


"와우! 그렇게 된 거군요. 역시!"


할아버지가 다시 벤치에 앉으시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아직 죽지 않았다 하지 않던?"


"네. 할아버지는 여전히 최고세요. 하하."


문득 할아버지의 잃어버린 훈장이 생각났다.


"그런데 정말 훈장을 잃어버리신 거예요? 오늘은 늦었으니까 내일 아침 일찍이라도 찾아 나서요. 할아버지가 가장 소중한 걸 잃는다는 건 제게도 슬픈 일이니까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셨다. 좀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진지하게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존, 음... 넌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가끔은 누군갈 위해 모든 걸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을 때가 있단다.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 마음이 시릴 때가 있지. 그런 걸 사랑이라고 하는 거야."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쏟아지는 별똥별, 그 밝고 긴 꼬리가 할아버지의 눈 안에 빛났다 사라져 갔다.


"사실 너의 비행학교 입학허가와 내 훈장을 바꾸었지. 뭐 그렇게 된 거란다. 벌써 나이가 들대로 든 내게 히어로 훈장이 무슨 소용이 있겠니? 곧 친구들 곁으로 갈터인데. 그때 싸들고 가지도 못할 바에야 살아 있을 때 의미 있는 일에 쓰고 싶었단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말이지."


"아... 할아버지 하지만..."


"음. 정 미안하면 네가 훈장을 하나 더 받아서 날 주려무나. 그건 언제든지 환영이니. 하하."


할아버지의 훈장. 어쩌면 그것은 할아버지의 전부일도 모른다. 그런 소중한 것을 나를 위해 망설이 없이 써주신 것이 너무 고맙고 또 미안했다. 하늘을 바라보니 쏟아지듯 떨어지는 유성우가 마치 나를 대신해 울어 주는 듯했다. 기쁨의 눈물을! 아름다운 밤. 나는 '사랑'이란 단어의 의미를 비로소 조금 알게 된 것 같았다.


◇◇◇


"존, 할아버지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마법'을 알고 있다고 했지?"


"네. 방금 전에 그러셨잖아요. 훈장 말씀이신 거죠?"


코를 훌쩍이며 눈에 맺힌 것이 눈물이 아닌 척 대답했다.


"아니. 그건 훈장이 아니란다."


"그럼요? 설마 정말 마법의 가루 같은 것이라도 있다고 말씀하시려는 건 아니죠? 전 이제 어리지 않다고요!"


"하하. 그럼, 그럼! 이 할아버지를 아직도 잘 모르는구나."


"그럼 지금 보여 주세요. 대신 양 날개를 뒤로 숨기기 없기예요. 그럼 안 믿을 거니까요. 알아서 하세요."


"하하. 녀석. 그래. 그래. 숨길일 없지."


할아버지는 작은 나뭇가지 하나를 손에 쥐셨다. 그리곤 우리가 앉은 벤치 앞에 모래를 끌어 모으시곤 쭈그려 앉아 무언갈 쓰기 시작하셨다. 잠시 후 일어나시며 내게 읽어 보라고 하셨다.


"IMPOSSIBLE - 임파서블(불가능)이요."


"그래 '임파서블 - 불가능'이란 단어지."


"자, 이제 똑똑히 잘 보거라. 할아버지의 강력한 마법을! 수리수리 마수리 대머리 독수리 하나밖에 없는 머리털이! 얍!"


할아버지는 두 날개를 크게 휘휘 젓더니 임파서블이란 글 자위에 입바람을 불어넣으셨다. 약간의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 뭐예요. 할아버지! 또 장난이죠?"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아직 안 보니? 좀 더 자세히 보렴."


나는 혹시나 내가 놓친 게 있는지 글자로부터 그 주변까지 싹싹 훑었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없었다.


"정말 모르겠는걸요. 포기예요."


"하하. 녀석. 포기가 빠르구나. 좋아. 그것도 때때로 장점이 되긴 하지. 자, 잘 보렴."


할아버지는 좀 전에 글자를 썼던 막대를 임파서블 글자 중 첫 두자인 아이와 엠(I- M) 사이에 살며시 놓으셨다.


"자. 존, 이젠 잘 보이지?"


"아! 이런. 그런데 정말 불가능(IMPOSSIBLE)이 가능(I'MPOSSIBLE)이 되었네요!"


"그래. 이제 불가능이 가능이 되었지! 작은 막대기 하나로 말이야..."


할아버지는 좀 전과는 달리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존, 삶은 누구에게나 힘든 것이란다. 저마다의 짐을 지고 가는 게 삶이지. 철새의 잔혹한 운명을 기억하지?"


"네. 그럼요."


"그래. 철새가 그토록 잔혹한 운명을 거스를 수 있는 것은 바로 '다른 눈'을 가졌기 때문이야. 다른 새들에겐 없는 것이지."


"다른 눈이요?"


"그래. 다른 눈. 여기 이 작은 나뭇가지를 볼 수 있는 능력이지. 그들은 이 작은 나뭇가지가 없어도 희망을 볼 수 있단다. 희망을 보는 눈! 그것이 철새들이 무려 1만 2천 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날아갈 수 있는 진짜 비밀이란다. 리더를 따르는 것도 지혜롭게 바람을 이용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지.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건 희망을 보는 눈이란다. 나는 네가 그런 눈을 가졌으면 한단다."


"희망을 보는 눈..."


"그래. 어두워질수록 더욱 환하게 빛나는 별. 그게 희망이란다. 너의 마음속에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이지."


다시 하늘로 고개를 돌렸다.

깊어가는 가을밤. 하늘에는 별똥별이 비처럼 쏟아졌다. 어두울수록 더욱 빛나는 별들 앞에서 별똥별들이 춤을 추듯 떨어졌다. 우리 둥지 위로 셀 수 없는 희망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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