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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Mar 09. 2023

환대

#광야에서 보내는 기다림

환대

(당신이 오신다면)


오늘, 당신이 오신다면

내 몸 달구어 

모른 척 시컴게 그을려 

따슨 차 한 잔 올리겠습니다


텅 빈 광야

외딴 천막

고독한 과객 쉬어가는

목마른 영혼 채워가는

 

새벽이슬 모아 물 한 옹배기

말라비틀어진 잔가지 한 움큼

그리고 작은 불티 하나 

마침내 일어선 작고 매운 불


그 불에 나를 태우고 태워서

그 물에 나를 녹이고 녹여서

한잔의 차가 되고

한숨의 힘이 되고

한 장의 추억되는 

나는, 

나는 찌그러진 검은 주전자 되오리니 


만약, 당신이 오신다면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무엇을 주저하겠습니까?


뜨건 김에 긴 주둥이로 휘이익 하고 콧노래 부르오리다

끓는 김에 달그락달그락 얼싸 좋다 뚜껑 춤추오리다

내 더운 마음

내 깊은 마음 

모두 당신에게 드리오리다

쪼로록 쪼로록 

잔마다 가득 채워 드리오리다 


당신이 오신다면

당신이 오신다면...



주전자에는 환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 베두인 천막내 환대소 - 와디럼, 요르단 / 사진 - 청연
마른 가지 타닥거리는 소리가 참 좋은. / 베두인 천막 환대소 - 와디럼, 요르단 / 사진 - 청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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