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서 보내는 기다림
(당신이 오신다면)
오늘, 당신이 오신다면
내 몸 달구어
모른 척 시컴게 그을려
따슨 차 한 잔 올리겠습니다
텅 빈 광야
외딴 천막
고독한 과객 쉬어가는
목마른 영혼 채워가는
새벽이슬 모아 물 한 옹배기
말라비틀어진 잔가지 한 움큼
그리고 작은 불티 하나
마침내 일어선 작고 매운 불
그 불에 나를 태우고 태워서
그 물에 나를 녹이고 녹여서
한잔의 차가 되고
한숨의 힘이 되고
한 장의 추억되는
나는,
나는 찌그러진 검은 주전자 되오리니
만약, 당신이 오신다면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무엇을 주저하겠습니까?
뜨건 김에 긴 주둥이로 휘이익 하고 콧노래 부르오리다
끓는 김에 달그락달그락 얼싸 좋다 뚜껑 춤추오리다
내 더운 마음
내 깊은 마음
모두 당신에게 드리오리다
쪼로록 쪼로록
잔마다 가득 채워 드리오리다
당신이 오신다면
당신이 오신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