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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Jul 28. 2021

ROOTLESS.. 길 위의 배움

셋넷 여행 이야기 9 : 경계와 공존


무소의 뿔로 거침없이 당당하게...


8월 9일 토요일     

뭉크의 유명한 그림 ‘절규’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나는 절규 왼쪽 반라의 포즈로 몽환적인 눈짓을 흘리는 ‘마돈나’에 더 끌린다. 잠시 앉아 여행시간들을 되돌아본다. 지치고 서글펐던 밤 열차의 불편함, 몸을 구겨 겨우겨우 잠을 청했던 공항 의자, 공원 벤치에서 슈퍼마켓 샌드위치로 허기진 배를 채웠던 여행의 고단함들은 길 떠난 셋넷들을 찾아가는 애틋한 여정이었다. 막막하고 외로운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필요한 일상의 배움들이 셋넷이 가꿔온 대안교육의 길이다. 미선이와 경민이를 만나지 못한 꼰대 나그네는 아쉬움으로 자꾸만 뒤돌아보건만... 오슬로역을 떠나는 기차는 망설임이 없다.    

      

완만하고 부드러운 초원에서 양들이 놀고 덩달아 사람들이 느긋하게 어울리는 토담집의 나라, 자유와 방종이 정답게 동거하는 잉글랜드는 철수와 영희의 불안한 꿈들이 잠들지 못한다. 거칠고 웅대한 자연과 비바람 몰아치는 황량한 초지의 기운으로 스스로를 지켜가는 나라, 자존심 강한 위스키로 나를 취하게 했던 스코틀랜드는 수일이와 민근이의 행복한 미래가 꿈틀거린다. 완강한 숲들에 떠밀려 바다를 개척할 수밖에 없었던 그림엽서의 나라, 타인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노르웨이는 미선이와 경민이의 등불 같은 삶의 여정이 숨어 있다.

 

철수와 영희와 수일이와 민근이와 미선이와 경민이가 숨 쉬고 꿈을 가꾸는 나라들이 이제 나와 끈적하게 연결되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경계를 넘어 무한공간으로 확장되는 기회의 땅들, 길 잃은 이방인 영혼들이 간절하게 생존을 지켜가는 기나긴 여정의 나라들을 미련 없이 떠난다. 안녕! 세계 속의 셋넷들아! 무소의 뿔로 거침없이 나아가거라.     



* 제목 사진 : 1기 졸업생 선영이네 푸드트럭(2018 뉴멀든)

* 셋넷 두 번째 시간여행은 2009년 인도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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