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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Aug 05. 2021

2009 인도, 길 위의 기록

- 셋넷 여행 이야기 10  : 홀로 걸으라, 그대 행복한 이여!


나마스테 평화야 놀자!


셋넷 인도 여행은 ‘나마스테 평화야 놀자!’라는 주제로 2009년 1월 21일부터 2월 11일까지 22일간 실시했다. 2006년 중국(대련-연길-백두산-북경)과 몽골(울란바토르-테를지), 2007년 네팔(카트만두-랑탕)에 이어 세 번째 남북 청소년 국제활동이었다. 남북의 또래 청소년, 대학생, 자원교사 25명이 참여했다. 인도 빈곤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며 추상적인 평화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느끼고 실천의지를 다지는 평화 연습 여행이었다. 셋넷은 분단을 넘으려는 집단적 열망과 역사적 과제를 일상의 자리에서 고민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적 경험을 지닌 낯선 사람들이 더불어 살며 풀어가야 할 소통의 문제라고 확신했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낡은 이념으로 굳어진 오래된 사회적 틀이 완강했고,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편견을 인정하고 고백하기 어려워 매번 힘겨웠다.   

  

22일 델리      

  아이들

인도는 신들의 나라다? 아니다.

인도는 신의 아이들 나라다.

거리에 버려진 아이들의 나라다.

무기력한 아이가 절망하는 아이를 보살피는 나라다.

아이들 미소가 슬프도록 투명한 나라다.

아이들이 거리의 생존 신호등이 되어 뒤척이는 나라다.

다 커버린 아이들이 하루 종일 먼지처럼 떠다니는 이상한 나라다.      


  패션

우리는 옷에 몸을 맞춰 불편하게 사는데

인디언들은 몸의 곡선을 따라 옷과 함께 공존한다.

우리는 제국의 논리로 가꾼 색깔들로 삶을 분리시키지만

인디언들은 다양한 신앙의 색깔들로 삶을 풍요롭게 한다.

우리는 차별과 배제로 정교하게 엮은 자본주의로 치장하지만

인디언들은 마음 한 가지로 누빈 평등한 천으로 몸을 감싸고 

태고 적부터 연결된 생명의 신비를 거리에서 시장에서 기억한다.      

   

  편견

인도는 게으르지 않았다.

늘 몸을 움직이고 천천히 꼼지락거렸다.

인도는 청결했다. 놀랍게도

자신과 주변을 최소한의 열량으로 치우고 닦았다.

인도는 검소했다.

소의 똥과 길고 홀쭉한 밥알 한 톨조차 정성으로 대했다.

인도는 무례하지 않았다. 

소박한 호기심과 수줍은 우정으로 정답게 맞이했다.

문득 나의 세련된 편견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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