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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Jul 23. 2021

ROOTLESS.. 노르웨이

셋넷 여행 이야기 8 : 환승역


쿠오바디스 도미네


8월 7일 목요일

영국의 비싼 물가에 두 손 다 들어버렸는데 그보다 더 비싸다는 노르웨이로 어쩌지 못하고 건너와서 두 발까지 만세를 외친다. 오늘 밤 머리 둘 곳 없는 나그네는 정처 없건만,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는 얄밉도록 화창한 날씨로 이방인들을 반긴다.      


8월 8일 금요일     

지갑은 허전해져 가고, 머물 시간도 빠듯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년 중 가장 붐비는 여행 시즌 중에 마주한 오슬로는 결코 친근하지 않다. 오 감독과 궁리 끝에 밤 열차를 타기로 한다. 칠 년 전 인도에서 써먹었던 배낭여행 방식이다. 숙소비용을 줄이고 여행 시간을 단축시키되 기차에서 쪼그려 새우잠을 자야 하는 고된 여행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경비를 줄여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3박 4일 노르웨이 일정에 그 방식을 다시 소환한다. 밤기차가 주는 낭만 풍경은 변함이 없지만 빠진 머리털 숫자만큼이나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잠 못 이루는 밤 머나먼 북반구에서 기차 창문 저편에서 뒤척이는 너는 대체 누구인가.


8월 9일 토요일 

눈을 뜨자마자 마주친 곳은 노르웨이 옛 수도 ‘트론헤임’. 바이킹의 영광이 깃들어있다는 바닷가 도시다. 바이킹의 후예답게 오가는 젊은이들은 건장하고 미끈하다. 불과 한 시간 반의 거리지만 영국과 전혀 판이한 풍경은 여인에게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영국에서는 아이들조차 온통 비만이었는데 도무지 살찐 여자를 찾아볼 수 없다. 냉정한 기운으로 다가오지만 세련된 옷차림과 주눅 들지 않은 자신만만한 여인들의 나라 노르웨이는 아침햇살처럼 상큼하다. 하지만 어디에도 미선(가명)이가 없다. 경민(가명)이를 만날 수 없다. '얘들아, 너희들은 대체 어디 살고 있는 거니? 간절한 우연으로라도 잠시나마 마주칠 수 없는 거니?'       



* 미선이는 오슬로역으로 만나러 오지 않은 이유를 나중에 들려주었다. 그 당시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심정에 휩싸여 있었단다. 그래서 나를 만나자마자 한국으로 돌아오고야 말았을 거라며 회상했다. 미선이는 그곳에서 검정고시를 거쳐 노르웨이 정규대학에 진학했다. 무사히 졸업한 뒤 직장생활을 하며 두 아이의 엄마로 씩씩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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