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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Sep 01. 2021

그대 행복한 이여!

셋넷 여행 이야기 14 : 둑쌓기


   손말라 마을 ‘둑쌓기’

무너진 둑 쌓다 초원 향해 똥을 눈다.

가랑이 사이로 날랜 새 한 마리 휘익 지나가자

온갖 살아 있는 것들이 나그네의 외롬 감싼다.

재작년 몽골 초원 가랑이 사이로 질주했던

말발굽 소리에 문득 진저리 친다.     


무너진 둑이 다시 세워지면

채워진 물로 손 말라 마을 180가구

사람들과 동물들이 육 개월 동안 살 수 있단다.


쩔뚝거리는 멍든 몸 파스 냄새로 숨긴 정혁이는 

광혁이와 밤새 만든 마대자루 어깨에 단단히 걸고

핏기 하나 없는 마른 흙을 묵묵히 퍼 담는다.  

   

길 잃은 바람 노닐던 무너진 둑길 

육십여 명 착한 땀들로 채워 새 물길 열자

먼지조차 성스럽게 반짝이는 까닭은 무엇인가.


인도의 미친 더위 먹고 기절했던 현지는 

콜라 먹고 담박에 초생달 미소가 피어나는데

작업반장 은지가 늠름하게 쏘아댄다.

‘야, 너 빨리 일 안 해?’     


   손말라 마을청년 ‘쉬슈바’

쉬슈바는 잘 생겼고 잘 빠졌다.

쉬슈바는 심심했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쉬슈바는 무너진 둑 위에서 

하루종일 우릴 쳐다봤다, 그러다

쉬슈바는 선선히 우리 일을 거들었다, 열심히


쉬슈바는 스물한 살이고 

마을에서 제일 삽질을 잘했다.     

쉬슈바는 풍선으로 만들어준 칼을 차고

신이 나서 동네를 떠다녔다. 

쉬슈바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 숙소 마을학교 문을 굳게 지키다 

오가는 동네 사람들 원성을 샀다. 


쉬슈바는 평화롭게 쉬고 있는 우릴 돌아보며

아무 걱정 말라고 엄숙하게 손짓한다.     

스물한 살 잘 생긴 마을청년 쉬슈바는

늘 심심해하면서 언제나 웃는다.

그는 마을에서 제일 바쁘다.


쉬슈바는 나를 볼 때마다 잊지 않고 묻는다. 

‘헤이 티이쳐,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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