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넷 여행 이야기 38 : 2017 다시 인도
판짐(8월 5일)
골목골목 녹슨 포르투갈 흔적들은 여행자의 호기심 가득 찬 엽서에 차곡차곡 쌓이는데, 이방인을 바라보는 포르디언(포르투갈 인디언)들은 무뚝뚝하다 못해 적대적인 눈빛이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인생.. 남은 옵션 없이 오직 그 이후를 견디는 일만이 가능'(김영하)한 골목에 갇혀, 안식을 되찾을 항구를 잃어버린 저들의 슬픈 운명은 신의 실수인가 신의 장난인가.
남인도 올드 고아(6일)
포르투갈 우상들로 가득 찬 식민시대 낡은 교회들에서 공손히 무릎 꿇는 인디언들을 씁쓸하게 바라본다. 도시 곳곳에 세워진 늠름한 우상들은 남인도인들이 품고 있던 원주민의 문화와 정신을 기억에서 지워버린 것일까. 적도의 태양과 바다가 빚어낸 올드한 삶들은 고아가 되어 고아를 떠돈다. 상처 가득한 영혼으로 제국주의 우상을 숭배하는 저들의 애처로운 모습은 신의 실수인가 신의 장난인가.
포트 코친(7일)
운 좋게 남인도 캐랄라 공연을 본다. 구운 물고기 한 마리 값도 받지 못하는 남인도 전통공연의 처지가 애처롭기만 하다. 심란한 내 마음을 위로하려는 듯 보잘것없는 무대에서 뿜어내는 시바신에 대한 사랑은 치열하다. 유머 가득한 신들과 대책 없이 진지하고 오만한 인간들이 빚어내는 가면과 몸짓의 향연에 정처 없이 빠져든다. 이유도 모른 채 낯선 나라 싸움터에 끌려온 병사의 달콤한 휴식처럼, 식민시대 낡은 풍경 가득한 항구의 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