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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Apr 06. 2022

낯선 사람과 춤을

셋넷 여행 이야기 46 : 여행 명상


노마드, 유연하게  


여행의 길들은 고단하다. 열악한 차량과 험악한 도로에 지칠 무렵 낯선 곳이 불쑥 이방인을 마중한다. 길 위에서 잠들지 말아야 한다. 낯섦은 한 밤중 손님처럼 느닷없이 찾아든다. 길 위의 풍경들이란 사람과 기억을 감싸는 두툼한 옷이다. 오래된 풍경에 스며든 사람들의 노고와 삶의 애환을 정중하게 살피고 느끼면서 여행은 공감과 감동으로 빠져든다.  


여행을 준비하는 책은 친절과 우정으로 족하다. 책이 이끄는 여행길에는 나와 당신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함께 떠나지 않는 여행을 여행이라 할 수 있을까. 여행사 가이드의 상투적인 깃발에 안도하고 여행 책의 충실한 수제자가 되어 흐뭇해하는 여행이란, 항구에 묶인 배가 바람과 파도에 찰랑거리며 멀미를 앓는 것과 같다. 책과 확인된 정보들을 넘어서려는 용기와 호기심으로 거침없이 걷자. 


낯선 곳은 중심과 표준의 시선으로 길들여진 안전한 길 밖에 있다. 열린 길들은 분리와 차별로 상처받는 영혼들을 위로한다. 거만한 문화권력에 짓눌렸던 초라한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비루해진 몸의 감각들이 낯선 길에서 생기를 되찾는다. 생존에 쫓기던 지친 몸들이 마침내 요동친다. 우린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잠시 머물고 있다. 


여행과 일상은 들숨 날숨처럼 호흡한다. 줄기의 기도와 잎들의 바람과 열매의 간절함이 순간의 꽃을 피우듯 일상과 여행은 분리되지 않는다. 여행의 기쁨은 생존과 성공이라는 삶의 이중성으로 멍들지 않아야 한다. 한 사람의 행복은 얄팍한 생계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고 신기루 대박 성공으로 타락하지 않는다. 경쟁과 열등감에서 벗어난 일상의 시간과 후회와 낙담을 잊은 여행의 공간이 행복의 나라로 향하는 날갯짓이 되리라. 



* 낯선 사람과 춤을 : Dance With A Stranger(1985) 영화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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