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by 박상영

명절이라 사는 곳 열매 담아 고마운 이들이게 전했답니다

그랬더니..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맛비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에서 울던 새소리를 먹는다

(함민복 사과를 먹으며, 후략)


과일 하나도 이리 먹다간 체하지 않을까 싶지만 은근히 기분 좋네요

교사라는 이름으로 스승으로 불리며

제자들에게 이만큼 사랑받은 이도 없지 않은가 싶어요

고마운 기억으로 허송하며 세월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