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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Jul 02. 2020

샤인

셋넷 영화이야기 15 : 사랑의 방식


당신 뜻대로 사랑하지 말고나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줘요.


연주가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어린 그가, 스스로 바이올린을 장만했지만 현실적인 아버지는 일방적으로 부셔버렸다. 무너진 꿈과 함께 아버지가 된 그가, 아들에게 부서진 음악의 꿈을 또다시 일방적으로 강요한다. 얼굴에 걸친 동그란 안경조차 힘겨워 보이는 아들은 아버지 앞에서 한없이 오그라든다. 어린 아들은 피아노 연주로 이름을 날리지만, 아들을 피아노 신동으로 만든 건 아버지 당신의 잃어버린 옛날 옛적 꿈이었다.   

   

아버지는 거세된 꿈으로 아들의 꿈을 단단하게 옭아맨다. 아들은 영국 왕립 음악원으로 자기 음악을 찾아 떠나지만, 아버지는 완강하게 놓아주지 않는다. 결국 음악원 최고 대회에서 아버지의 한 맺힌 연주를 대신하고 그 자리에서 혼절한다. 아들의 연주는 끊어지고, 병원에 갇혀 외부 세상과 단절된 채 유아기적 자기 세계 속에서 불안해한다. 심하게 말을 더듬거리며 유령처럼 피아노를 찾아 비가 쏟아지는 골목을 헤맨다. 


“세상에 나만큼 너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단다.” 후미진 골목 카페에서 꽁초를 물고 미친 듯이 피아노를 쳐대던 아들에게, 아버지는 똑같은 얘기를 되풀이한다. '세상에 나만큼 너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세상 아버지들이 일방적으로 사랑한 것은, 남들처럼 비슷하게 살아남기 위해 저버린 당신들의 흩어져버린 소망이었다.


아들은 열세 살 연상 부인의 사랑으로 조금씩 치유된다. 그녀는 그의 자폐증을 고쳐주려 애쓰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과 억압에서 자유로운 어린아이처럼 맘껏 뛰놀게 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할 수 있도록 그만의 천국을 지켜주고 울타리를 쳐 줄 뿐이다. 그녀의 사랑 안에서 그의 자폐증은 두려움과 고통 없이 평화롭게 공존한다. 지상에 구현된 천국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받아들이는 온전한 사랑 속에서 생생하게 드러난다. 아버지의 한 맺힌 미완의 꿈은, 명랑하고 천진난만한 아들의 음악으로 비로소 거듭난다.    

  

아들은 누군가를 위해 정중하게 연주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 흥겹게 연주할 뿐이다. 가족이라는 끈에 칭칭 묶여 주인 된 삶을 주저하는 청중들을 위해 연주한다. 권위에 찬 아빠와 욕망으로 물든 엄마의 가슴에 머릴 조아리는 아들과 딸들을 향해서. 물장구치고 수영하듯 연주한다. 트램펄린(스프링 놀이기구)에서 장난치며 파란 하늘 위로 솟구쳐 오르듯 연주한다.  

    

일방적인 인연의 끈에 꽁꽁 묶여 있는 세상(한국)의 아들, 딸들에게! 

아빠 엄마와 함께 이 영화를 봐. 영화를 본 뒤 그들 표정을 가만히 지켜봐. 눈가에 눈물이 고였거나(하도 하품을 해서), 주인공이 장애를 극복한 내용에 대해 장황하게 떠든다면 더 이상 소통하지 말고 포기해도 돼. 하지만 쓸쓸한 표정으로 미안해하며 부끄러워한다면, 이렇게 얘기해. “괜찮아요. 우리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요.”   



*제목 사진.. 2012 평화 역량 강화 국제청년 네트워크 활동(일본 후쿠오카 나가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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