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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Apr 30. 2020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셋넷 영화이야기 8 : 관계


당신 삶의 와일드카드는 무엇인가   

  

'비아냥은 어리석은 자들의 유머고, 거만함은 무례한 자들의 개그'란다. 당신의 삶은 유머를 하는가, 개그를 즐기는가. 그걸 확인하고 싶다면,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을 보라. 생의 뒤안길에서 당신이 살아온 동안 뭘 가까이했는지 궁금하다면, 가족과 동료와 우연히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던 어떤 누군가에게 물어보라고 영화는 권한다.     


유머와 개그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누구나 살면서 닥치게 되고 맞서게 되는 위험을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를 알아차리게 되면서, 두 개의 삶의 표정은 일상의 몸짓으로 드러나게 된다고 영화는 말한다. 그렇게 유머와 개그는 내가 살아가는 동안 늘 가까이에서 동거하게 된다.


생을 살아가는 과정 중에 위험이 없다면 그 사람의 미래는 그저 평범할 뿐일까. 죽음을 가까이에서 느끼는 주인공 할머니는 위험을 극복하는 과정이 인생이라고 단호하게 선언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통과해온 삶의 위험들을 들려준다. 하찮은 여자 신분으로 대학에 진학한 것이 그녀의 '위험'이었고, 공부하는 여자와는 결혼하지 않는다는 동시대 남자들의 편견이 견딜 수 없었던 '위험'이었다고 회상한다. 일하는 여자와 어찌 결혼하느냐는 낡은 '위험'과, 하물며 여자 상사와는 결혼할 수 없다는 확고한 '위험'들로 가득 찬 세상에 맞서는 것이 자신의 삶이었다고 돌아본다.


세상 모든 남자들의 어머니와 아내와 딸들을 오랫동안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만든 ‘위험’들에 굴복하지 않고 결연히 맞섰던 그녀는, 결국 평판 나쁜 여자가 되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족과 동료와 우연한 인연을 맺었던 낯선 누군가조차 그녀를 멀리하고 꺼려했다. 그녀는 자신과 세상의 엄마와 딸들을 초라하게 하고 노예처럼 타락시켰던 남성지배권력의 '위험'을 거부하고 무릅썼던 평범한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결혼은 타협일 수밖에 없었다. '위험'을 만들고 퍼뜨리는 사람의 하인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그녀에게, 타협의 정직한 의미란 결혼이라는 관습으로 얽힌 두 사람이 괴롭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자신을 자기답게 지키고 당당하게 드러내는 그녀에게 좋은 날(나이스 데이)은, 생존을 위해 자신을 저버리는 날일 수 없었다. 의미 있는 날, 새롭고 생기 넘치는 어떤 날이어야 했다. 날마다 진실하고 솔직한 날이라야 했다.

당신의 나이스 데이는 어떤 날인가. 보스를 위해 쩔어 사는 무색무취의 날인가. 나의 좋은 오늘은 어떤 날인가. 가족을 위해 맹목적으로 희생하는 재미없는 날인가.  


그녀가 던진 마지막 메시지 앞에서 뒤척인다. ‘당신이 실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실수가 당신을 만든다. 실수는 당신을 더 강하고 자립적으로 만든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맞서길 바랄 뿐.. 한 순간도 놓지 말고, 나만의 삶을 찾아 살아가라. 주저와 망설임과 두려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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