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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Jun 11. 2020

파이브피트

셋넷 영화이야기 12 : 스킨십 


오늘 하루우리 삶과 사랑은 얼마나 간절했는지...     

 

보험광고들이 넘쳐난다. 내가 자라던 시절에는 보험이라는 안전장치 없이 잘 지냈다. 다들 열심히 살았고, 병이 들거나 죽음을 맞이하면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순리대로 살았다. 지금 시대는 삶의 질이나 성장환경, 의료시스템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졌지만, 결여된 상황을 못 견뎌하는 불안과 죽음을 적대시하는 두려움이 일상화되었다. ‘이 녀석 대학 갈 때까지 별 탈이 없어야 할 텐데.’ 아득하고 막막한 심리를 파고들고, 사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될 걱정 때문에 위태로운 현재를 볼모 삼아 보험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 살만해졌는데 그만큼 두려움이 커지는 세상이라니, 참 이상한 현상이다.  

    

그런데 남겨진 생의 시간이 모호하고 살아남을 희망이 별로 없다면 어찌할 것인가. 어린 시절부터 병원을 집처럼 살아온 남녀가 있다. 소년은 이제 막 18살이 되었고, 소녀는 한두 살 어린 나이다. 둘 다 병명이 어지럽고 난해한 병에 걸렸고, 전염 때문에 사람들과 6피트 엄격한 격리생활을 해야만 한다. 소년의 병은 치료제가 없어 임상실험 중이고, 소녀는 폐 이식을 받아야 그나마 삶을 연장할 수 있다. 채 피우지도 못한 꽃다운 청춘들의 삶은 한 마디로 답이 없는데, 두 사람은 절박한 사랑에 빠진다.     


사랑의 온전한 방식은 접촉인데 죽어가는 그들 사이엔 6피트의 거리가 있다. 서로를 향한 터치는 견고한 병원 유리가 가로막고 있고, 엄한 간호사의 감시가 그들의 사랑을 매번 머뭇거리게 한다. 소녀와 소년은 사랑의 이름으로 1피트를 훔쳐서 그들의 간절한 사랑의 거리를 ‘파이브피트’로 만든다. 그럼에도 그들의 만남은 당구 큐대의 양 끝을 잡고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 난생처음 도시 불빛을 보고 싶다는 소녀의 바람으로 병원을 무단이탈하지만, 그들이 나눌 소박한 사랑의 시간은 소녀에게 이식될 폐가 갑자기 준비되었다는 소식으로 헝클어지고 만다. 고작 5년 연장될 시한부 인생일 뿐이라며 소녀는 이식 수술을 거부하고, 소년은 우리에게 5년이란 삶의 전부라고 소녀를 설득하여 수술을 받게 한다. 

     

행복할 때 하나가 되게 하고, 힘들 때 용기를 주고, 공기처럼 우리에게 늘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 힘겹게 보험료를 내고 있지만, 정작 뜨겁게 안아준 기억이 가물거린다면, 이 영화를 보고 당신의 아이를 꼭 껴안아 주라. 습관처럼 낡은 사랑으로 별 감동 없는 공허한 부부생활을 보내고 있다면, 이 영화를 보고 그녀를 정답게 포옹하라. 그이를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 지금 간절하게 살지 않는다면 5개월 뒤에는 소중한 사람들을 사랑하지 못하리라. 지금 ‘파이브피트’의 거리를 당장 걷어내지 못한다면 5년 뒤에는 내 사랑을 영영 기억하지 못하리라. 행복을 나누고, 용기를 건네고, 구겨진 삶을 희망으로 숨 쉬게 하는 것은 스킨십, 휴면 터치라고 전해준다. 우리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이 녀석이 대학 같은 거 신경 쓰지 않고하고 싶은 것들 자유롭게 하면서 즐겁게 사는 세상이 올 때까지매일매일 간절하게 살아있어야 할 텐데...



*제목 사진 : 2018 셋넷 한반도 평화원정대 5차 국제활동 '베트남-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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