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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Sep 24. 2020

3:10 투 유마

셋넷 영화이야기 27 : 아버지 2


어린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아버지의 동포다.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는 녹색 눈을 지닌 아내와 어린 아들 둘과 건조한 외딴곳에서 힘겹게 농장을 꾸린다. 비는 오지 않고 물길 끊어진 땅은 하느님조차 외면하는지 3년째 작은 수확조차 내려주지 않는다. 빌린 빚은 차오르고 빚 독촉하는 마을 조폭들 만행이 극에 달한다. 궁지에 몰린 아버지는 서부를 뒤흔든 강도 두목을 기차역까지 수송하는 위험천만한 호위대에 자원한다.    

 

전설이 된 강도 두목에게도 아픈 상처가 깊이 박혀있다. 술주정꾼 아버지가 죽고 동부로 가기 위해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여덟 살 아이는 3일 동안 성경을 읽었지만 기차표를 사러 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의 마지막 기억이 된 성경은 살인과 폭력을 부르는 주술이 되어 그의 삶을 파괴했다. 강도 두목은 호송 도중에 보여준 절름발이 아버지의 애틋한 가족 사랑에 감동받아 순순히 수송 열차에 오른다.    

 

지역 방위군에 지원했다가 남북전쟁에 휘말린 젊은 시절 아버지는 아군의 총에 다리를 맞았지만 아내와 아들들에게 얘기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매번 주저하고 소극적이지만 아픈 상처를 떨쳐내기 위해 위험한 죄수 수송 임무에 자원했던 것이다. 결국 악당 총에 맞아 죽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책임을 다한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의 용기를 아들에게 보여준다.  

      

셋넷에는 헤어진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들의 아비는 술과 폭력과 가난에 찌들어 있었고 자식들에게 뭐하나 변변하게 해 준 것이 없었다. 하지만 원망으로 얼룩진 아버지를 닮아가는 자신을 미워하면서도 존재의 뿌리인 아비를 용서하려는 모순으로 아이들의 일상은 혼란스럽다.   

  

아버지를 비겁하게 만들었던 과거와 자식에게 변명했던 삶과 가족에게 했던 거짓말의 정체는 아버지의 아버지를 닮았다.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세운 가족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기에 늠름했던 아버지의 어깨는 날마다 좁아지고 위태롭다. 3시 10분에 열차가 출발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비겁함과 변명과 거짓말들을 싣고, 자신을 버린 부모를 그리워하는 전설의 악당이 유마 김옥으로 떠난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오늘, 서울에서 용서받지 못한 채 용산역을 떠나는 아버지의 밤기차는 쓸쓸하다    



* 제목 사진 : 2017 한반도 평화원정대 4차 활동-인도(빨래꾼 아버지를 그린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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